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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며칠 전 북한 선전기관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허황하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오히려 최악의 고용 쇼크와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헐뜯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경제 실패국가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경제에 대해 평가를 한 것이다. ‘소가 웃을 일’이지만 ‘장하성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유명세를 타고 있음은 분명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실업자 수가 7월 말 현재 342만6000명이라고 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342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5월부터 15개월 연속 실업자 수가 증가해 왔다. 지난 1년간 늘어난 실업자가 19만2000명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지금까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통계로 보여 주고 있는 수치다.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더 확실하게 밀어붙여 나가 달라고 관계부처에 독려까지 하고 나섰다.

지난 한 달 동안 43만6000명에게 지급된 실업급여액이 자그마치 6158억 원으로 지난해 8월(4708억 원)보다 30.8%인 1450억 원이 급증했다. 올해 1~8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 총액은 4조3411억 원에 이른다. 연말까지 6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고용청은 예상을 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에 실업급여를 받은 연령대 별로는 50대가 15만8000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비율이 높았고 40대가 13만4000명으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한 가정의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중추적인 연령대인 40~50대 가장들의 실직률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매월 수만 가구가 경제적 궁핍 단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체와 자영업자들이 임금 지출을 줄이기 위해 종업원 해고를 많이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이번 추석 때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기업체의 비율은 지난해 추석 (72.1%)에 비해 1.9% 포인트가 줄어든 70.2%로 나타났다. 이 통계는 지난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가장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늘리기 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연초에 목표한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18만 명으로 잡았으나 지금까지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사업에 투입할 예산은 19조2300억 원이다. 일자리 1개를 만드는데 1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도 목표 달성도 불투명한데 내년에는 21조 원을 일자리 예산으로 더 쓰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일자리 관련 사업에 쏟아 부은 돈이 무려 54조 원에 이른다. 정부가 지금 주창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 촉진과 경제성장을 유도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1년 3개월이 지난 현재 이 정책의 결과가 최악의 실업 사태와 소득 격차 확대만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 친노동반기업 정서까지 더해지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은 활력을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 설정이 고용 창출과는 정반대 쪽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언젠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업의 임금 소득 배분율이 낮아지는 것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장 실장의 주장은 현재의 산업 중심이 노동 집약에서 자본기술 집약 위주로 이행하고 있는 현실을 왜곡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기술집약 기업이 만드는 부가가치 중에 임금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경제 이론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현재 선진 20개국(G20)의 임금소득 배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배분율이 높아진 나라는 최근 IMF 기금을 신청한 아르헨티나와 경제파탄에 직면한 브라질 같은 국가들이다. 장 실장은 언제까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매달려 혈세를 낭비할 것인지 묻고 싶다.

추석(24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직장을 잃었거나 일할 직장을 찾지 못한 가장들이 추석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타들어 간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장하성 실장이 2015년에 펴낸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책 제목이 요즘 실업자들의 심정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다. 장 실장이 이제 이 물음에 대답할 차례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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