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에 ‘관계항 Relatum’ 전시

이우환의 대표작 ‘관계항 Relatum
내년에 개관 10주년을 맞는 포항시립미술관이 세계 미술계 거장 이우환 화가의 세계 최고 규모 작품을 야외에 전시하며 세계와 소통을 준비해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지난 9월 1일, 폭 4.5m, 높이 3.5m의 철판 두 장과 자연석 두 개로 구성된 이우환의 대표작 ‘관계항 Relatum’을 야외 조각공원에 설치했다.
이우환의 대표작 ‘관계항 Relatum
이 작품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평범한 바위 2개가 두꺼운 사각 철판 좌우에 배치돼 있어 언뜻 유명 화가의 작품임을 알아보기 어렵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우환의 철학이 담긴 예술 정신을 탐독해야 한다.

국제미술계에서 잘 알려진 이우환(1936~)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세계와 관계하고 싶다”고 하면서 회화에서는 점이나 선으로 조각에서는 돌과 철판 등으로 자신의 미학을 실현해왔다.

이우환은 “공간이나 물체는 과연 보이는 대로의 것일까. 어떤 계기나 형식이나 관계의 변화에 따라 경험과 인식이 변하는 일이 없을까”라는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우환은 미술 재료에 이미지를 부여하는 화법으로 사각 캔버스에서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온 서양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현대 미술계의 거장이 됐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이우환은 서양미술 세계에 동양 정신을 접목해 한계의 막다른 골목에 봉착한 서양 미술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줬다”고 평했다.

이우환이 추구하는 세계는 “오직 보이는 것만이 진실하다.”,“이미지나 해설 등에 함몰돼 작품을 작품 그대로 보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작품을 감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우환의 대표작 ‘관계항 Relatum 설치 작업
김석모 학예팀장은 “어렵고 난해한 것이 예술이 아니라 ‘평범한 것이 예술’이라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우환 작품을 보고 ‘이것이 어떻게 작품이 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면 언젠가 이 작품을 이해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예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우환은 인간이 만든 이미지에서 벗어나 작품 그 자체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김갑수 관장은 “‘관계항 Relatum’ 작품을 설치할 때 이우환은 철을 보고 ‘철’도 ‘돌’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며 “작품의 구성보다 그 재료 자체를 중요시했다”고 전했다.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형상은 인간들이 생각으로 덧칠한 이미지에 속고 살아오고 있다.

그 생각들이 사라진 본래의 모습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예를 들면 ‘가’라는 형상은 ‘ㄱ’과 ‘ㅏ’가 어우러진 모습이 진실한 형상인데 인간의 약속에 의해 ‘가’라는 이미지를 가진 글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가 세월에 의해 쌓인 ‘지식의 더미’로 인해 진실한 ‘지혜’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사물을 바라볼 때 이미지를 부여하지 않은 모습을 바라보는 지혜의 눈으로 ‘일상의 깨달음’을 찰나마다 가져야 한다.

김석모 팀장은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법어처럼 사물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상의 깨달음’이 바로 진정한 예술 세계이다”며 “이우환의 작품을 반복해서 바라보기를 하면 언젠가는 진실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돼 작품이 말을 걸어 올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작품보다 커 현존하는 이우환 작품 중 최대 규모여서 포항시립미술관의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갑수 관장과 이우환 화가 등이 이우환의 대표작 ‘관계항 Relatum 설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갑수 관장은 “철의 도시 포항에서 세계적인 화가가 철로 만든 작품을 만든 것은 철을 판매 대상으로만 인식해 온 것에서 발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껏 대표작품이 없던 포항시립미술관에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이 자리 잡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가 미래의 먹거리로 등장한 지금이다. 포항시립미술관에 이우환의 작품이 지역민은 물론 세계인들과 소통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도 가져올 것이라는 게 미술관의 전망이다.

이 작품은 철강 도시 포항의 이미지를 예술적으로 승화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포스코에서 생산된 대형 철판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대형 철판 한 장의 무게가 무려 15t이나 되는 현존하는 이우환의 최대 작품으로 기념비적 성격이 아주 강하다. 이번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것은 문화 예술에 대한 숭고한 가치를 인정하는 포스코의 기업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계 거장으로 우뚝 서 있는 이우환의 작품을 위해 포스코는 별도의 생산라인을 가동할 만큼 적극적인 협력을 보여줬다. 산업 생산물인 철에 문화와 예술이 덧입혀진 이우환의 작품을 통해 문화 예술적 가치가 포항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로 전 세계에 알려져 희망찬 미래에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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