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은 국조(國祖)나 군주 등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이라 하고, 의자를 ‘용상’, 옷을 ‘곤룡포’라 한다.

용과 왕이 동격으로 나타나는 신화 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용비어천가’다. 조선의 국조 신화인 용비어천가 제1장에는 조선이 건국하기까지의 여섯 선조를 ‘해동육룡’으로 묘사했다. “해동의 여섯 용이 날아서 일마다 하늘의 복이니…”로 시작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 시가인 ‘용비어천가’는 세종 때 지어진 서사시다. 세종의 조상인 목조와 익조, 도조, 환조, 태조, 태종에 이르는 여섯대의 행적을 노래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서사시의 형식이 그렇듯 ‘용비어천가’는 당시 권력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권력자를 과장된 수사로 칭송했다. 이 때문에 종종 ‘용비어천가’가 ‘권력 옹호나 아부’의 상징어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용비어천가에는 백성의 어려움을 돌보라는 구절도 여러 곳에서 보인다. 116장에는 태조가 백성의 시신을 보고 ‘백성의 병폐를 모르면 하늘이 버린다’ 했고, 120장에는 ‘세금을 대중없이 걷으면 나라가 약해진다’고도 했다.

세종대왕의 명에 따라 새로 제정한 훈민정음을 처음 사용해 엮은 용비어천가는 계명대학교 소장본이 지난 2006년 5월 보물 제1463호로 지정됐다. 4일 ‘용비어천가’의 새로운 목판본이 발굴, 공개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이 공개한 영천 이씨 문중에서 기탁받은 이 훈민정음은 초기 고한글의 형태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국학진흥원 소장 ‘훈민정음’은 초간본으로 조선 초기에 유행한 조맹부의 송철체(松雪體) 목판본이다. 글씨의 모양이 아름다운 데다 인쇄, 보존 상태가 좋아서 국가문화재로 손색이 없다. 기존 보물 지정 ‘용비어천가’의 판본이 부분적으로 훼손돼 있는 데 비해 한국국학진흥원 소장본은 훼손된 부분이 없는 온전한 책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이 ‘용비어천가’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신청할 예정이다. 572돌 한글날을 앞두고 공개한 ‘용비어천가’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개발 보급하고, 지키려 했던 선현들의 노력을 되새기게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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