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6개월째 마이너스

부동산업 시설자금 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제조업을 추월했다.

제조업 설비투자가 둔화하고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린 탓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6월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시설자금대출 잔액이 부동산업은 136조5022억 원으로 제조업(133조4082억 원)보다 많았다.

한은이 2008년부터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대다.

부동산 임대업자들이 건물을 새로 짓거나 기존 건물을 매입하는 등의 경우에 받는 부동산업 시설자금 대출은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연간 증가액이 2013년에 약 7조7000억 원에서 2014년엔 13조2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 해에 증가액이 제조업(12조2000억 원)을 처음으로 웃돌았다.

이후 2015년 20조3000억 원, 2016년 19조8000억 원, 2017년 24조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1조3000억 원 증가했다.

부동산 시설자금 대출 잔액은 2013년 47조9000억 원에서 4년 반 만에 88조6000억 원(185%) 불어났다.

같은 기간 제조업 시설자금 대출은 2013년 93조9000억 원에서 39조6000억 원(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증가액은 2조3000억 원이다.

제조업체들은 공장이나 기계 등을 사들이기 위해 시설자금을 빌린다. 다만, 대기업들은 유가증권 발행 등 다른 자금 조달 창구도 있다.

시설자금 대출 증가액을 반기 기준으로 보면 올해 부동산업은 역대 최대, 제조업은 역대 최소였다.

그 배경에는 설비투자 둔화가 있다.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5.7%로, 2016년 1분기 이래 가장 부진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9월부터 10개월간 감속한 이래 최장 기간이다.

지난해 대규모 이뤄진 반도체업체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기업투자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지난해의 높은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기인하지만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소홀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 개선을 위해 합리적인 규제 완화 등으로 투자 심리를 높여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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