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의 서문 격인 예의편에는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어리석은 백성이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도 끝내 그 뜻을 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를 불쌍하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니,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익혀서 날마다 사용함에 편안하게 할 따름이다”고 세종대왕이 썼다. 이 예의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
이 같은 세종대왕의 숭고한 한글 창제와 반포의 정신을 이해한다면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이 개인의 재산이 될 수 없는 우리 온 국민의 것임을 알 것이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지난 2008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고서적 수집가 배씨가 한 방송국을 통해 상주본의 실체를 처음 알렸다. 하지만 골동품 판매업자 조 모 씨(2012년 사망)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지난 2011년 5월 대법원은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 씨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배 씨는 상주본의 인도를 거부,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대법원 판결에서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조씨가는 사망하기 전 상주본을 서류상으로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이는 정부가 배 씨에게 상주본을 내 놓으라는 근거다. 하지만 아직도 배 씨는 상주본의 행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상주본을 숨겨 놓은 장본인 배씨가 일부가 불에 탄 것을 공개해 세상을 다시 한 번 안타깝게 했다.
배 씨는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상주 해례본을 당장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배 씨는 우선 상주 해례본의 실체를 공개하고 진솔한 대화에 임해야 한다. 혹시라도 일부 문화재 관계자들에 ‘1조 원대 가치’ 등의 단순한 금전적 가치를 따져서 숨겨 두고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배 씨의 주장대로 국가기관과 조건을 협의해서 상주박물관에 특별소장처를 만들어서라도 국가적 재산으로 되돌려 줘야 한다. 정부에서도 상주본이 이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회수될 수 있게 법적 결과로만 따져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에 알려진 지 이미 10년이 지났고, 지난해 화재에 의해 불에 탄 모습이 공개되는 등 보관상태가 형편없는 것으로 짐작된다.
배 씨는 전향적 자세로 국가 기관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 국가 보물이 이렇게 망실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상주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은행나무 목판 각서 병풍이 만들어지고, 바른말 단체가 상주본의 훼손 책임 규탄 성명까지 발표하겠는가. 배 씨는 훈민정음 상주본을 공개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