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2년이 되는 날이자 제572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 국가의 재산인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의 공개를 소장자 배익기씨에게 간절히 권고한다.

훈민정음 해례의 서문 격인 예의편에는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어리석은 백성이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도 끝내 그 뜻을 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를 불쌍하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니,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익혀서 날마다 사용함에 편안하게 할 따름이다”고 세종대왕이 썼다. 이 예의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

이 같은 세종대왕의 숭고한 한글 창제와 반포의 정신을 이해한다면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이 개인의 재산이 될 수 없는 우리 온 국민의 것임을 알 것이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지난 2008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고서적 수집가 배씨가 한 방송국을 통해 상주본의 실체를 처음 알렸다. 하지만 골동품 판매업자 조 모 씨(2012년 사망)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지난 2011년 5월 대법원은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 씨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배 씨는 상주본의 인도를 거부,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대법원 판결에서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조씨가는 사망하기 전 상주본을 서류상으로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이는 정부가 배 씨에게 상주본을 내 놓으라는 근거다. 하지만 아직도 배 씨는 상주본의 행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상주본을 숨겨 놓은 장본인 배씨가 일부가 불에 탄 것을 공개해 세상을 다시 한 번 안타깝게 했다.

배 씨는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상주 해례본을 당장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배 씨는 우선 상주 해례본의 실체를 공개하고 진솔한 대화에 임해야 한다. 혹시라도 일부 문화재 관계자들에 ‘1조 원대 가치’ 등의 단순한 금전적 가치를 따져서 숨겨 두고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배 씨의 주장대로 국가기관과 조건을 협의해서 상주박물관에 특별소장처를 만들어서라도 국가적 재산으로 되돌려 줘야 한다. 정부에서도 상주본이 이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회수될 수 있게 법적 결과로만 따져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에 알려진 지 이미 10년이 지났고, 지난해 화재에 의해 불에 탄 모습이 공개되는 등 보관상태가 형편없는 것으로 짐작된다.

배 씨는 전향적 자세로 국가 기관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 국가 보물이 이렇게 망실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상주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은행나무 목판 각서 병풍이 만들어지고, 바른말 단체가 상주본의 훼손 책임 규탄 성명까지 발표하겠는가. 배 씨는 훈민정음 상주본을 공개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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