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공고 출신 시인 맹문재 교수 ‘이산가족의 만인보’ 덧붙여

▲ 이산가족

남북 분단의 비극적인 역사로 아픔을 겪어 온 이산가족들에게 남북정상회담으로 희망의 길이 열리고 있다. 그들의 고통이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임을 인식하고, 분단의 비극을 상징하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식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의 본질 또는 근원을 향한 물음을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통해 표현해 온 육명심(86) 원로 사진가와 포철공고 출신인 맹문재 시인(53·안양대 교수)이 ‘이산가족’(열화당) 화보집을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육명심(陸明心)은 1983년 KBS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캠페인 현장의 필름을 35년 만에 비로소 처음 꺼내 놓는다. 이 책 ‘이산가족’은 광장과 브라운관 앞에서 그가 마주했던 얼굴의 기록이다.

KBS는 1983년 6월 30일 밤 10시15분부터 33주년 및 휴전 30주년 특별 프로그램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1시간 30분짜리 단발성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하지만 1000명이 넘는 신청자와 방송국으로 몰려 간 시청자들, 전화를 건 이들로 방송국이 북새통을 이루어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겨우 마무리되었다.

KBS는 가족을 찾으려는 이산가족들의 간절함을 수용해 본격적으로 이산가족찾기추진본부를 설치하고 방송 체제를 갖추었다. 이로써 결과적으로 453시간 45분, 138일을 기록한 대단원의 막이 열린 것이다.

이후 TV를 활용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인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업무수첩, 신청서, 방송진행표, 사진 등 2만522건에 달하는 기록물을 남겼고, 이는 2015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육명심은 그동안 ‘인상(印象)’ ‘백민(白民)’ ‘장승’ ‘검은 모살뜸’ 등 한국의 정서를 담은 연작을 발표하며 ‘우리 것’에 대한 애착심을 표현해 왔다. 하지만 그는 대상과의 만남을 통해 정서적인 공감대를 이루어 나갔던 일련의 작업들과 달리, ‘이산가족’ 작업 당시에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자꾸만 앞섰다"고 말한다.

흡족함보다는 우리 겨레 전체의 가슴을 아프고 서럽게 만든 것에 대한 원망과 억울한 감정이 들은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고민에서 발현된 ‘이산가족’은 그가 지속적으로 고민했던 ‘한국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주제임이 아닐 수 없다.

‘이산가족’에는 광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얼굴,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얼굴, 소망을 이룬 기쁨에 오열하는 얼굴 등 비극적인 역사가 만들어낸 시간을 겪어 온 얼굴들이 가득하다. 육명심은 이산가족의 얼굴들을 끌어안아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정서를 육화시켰으며, 그들이 겪은 기적의 시간들을 표현해냈다. 육명심은 자전적 연대기와 같은 작가의 말에서 이러한 사진적 시도에 대해 조심스레 회고한다.

이 책은 사진집이지만, 육명심의 사진과 대등하게 글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첫머리에 나오는 맹문재(孟文在) 시인의 글 ‘이산가족의 만인보(萬人譜)’는 이산가족 찾기 운동의 역사를 자세히 다룸으로써, 사진에 기록적 가치를 부여한다.

또한 그는 ‘이산가족의 얼굴’을 이탈해서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질 수 없음을, ‘대체할 수 없는 얼굴들’이라는 표현으로 진단한다. 우리에게 분단은 극복해야 할 절실한 과제이며 이산가족과 함께하는 자세야말로 민족 구성원으로서 감당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으로 인식한 까닭이다.

사진 사이사이 삽입된 분단과 통일에 관한 시 ‘판문점’(김준태), ‘분단에서’(박봉우), ‘마지막 시’(문익환)는 사진과 유기적 흐름을 생성하며 이산가족의 애환을 다각적으로 느끼도록 한다. 또한, 전문을 영어로 번역해 외국 독자들이 한국의 역사를 사진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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