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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규 문학평론가
불교에서 수행자에게 지키도록 하는 계율에 몸으로 짓는 살생(殺生), 투도(倫盜), 사음(邪淫 )과 입으로 짓는 망어(妄語), 양설(兩舌), 악구(惡口), 기어(綺語) 그리고 마음으로 짓는 탐욕(貪慾), 진에(瞋? )사견(邪見)이 있다. 이를 악업이라 하며 통칭 십악(十惡)이라 가르치고 있다.

그런 십악을 살펴보면 살생은 사람이나 짐승 따위의 생명이 있는 것을 죽이는 것. 투도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것. 사음은 간사하고 음란한 행동을 하는 것. 망어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말을 하는 것. 양설은 먼저 말한 것을 뒤집어 말하는 것. 악구는 남의 단점을 들추어 말하거나 욕하는 짓을 하는 것. 기어는 교묘하게 꾸며 내는 말·묘하게 수식 표현하는 것. 탐욕은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을 마음에 두는 것. 진에는 자기 뜻에 어긋나는 것에 대하여 성내는 일을 마음에 두는 것. 사견은 요란스럽거나 바르지 못한 생각이나 이견을 가지는 것들이다.

그 같은 십악은 조선시대 대명률(大明律)이 정한 열 가지 큰 범죄와 다르지 않았으며 아주 극악무도한 사람을 일컫기도 했다.

사람의 언행은 생각이라는 동기에서 파생 충동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마음이다. 어떤 생각,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서 몸으로 짓는 것과 입으로 짓는 것이 달라진다.

인간이라면 비록 불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하여, 모든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십악은 지켜져야 하고 철저하게 지킬 가치가 있다.

십악 중 살생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선 때로는 불가피하고, 투도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것은 욕심이라는 심리적 작용 아니면 삶을 위해서일 수 있으나 사음, 망어, 양설, 악구, 기어, 탐욕, 진에, 사견 등 그런 짓은 삶을 위해 불가피한 것보다는 옳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위는 어떤 경우도 용납될 수 없다.

삶이 힘들고 사회가 혼란할수록 다른 사람의 물건을 몰래 훔치고, 간사하고 음란한 행동을 하고, 사실이 아닌 거짓을 꾸며 남을 속이고, 했던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하고, 남의 단점을 소재 삼아 말하고, 있지도 않은 일을 교묘하게 꾸며 말하고, 무엇이나 탐내고, 자기와 다른 의견에 화를 내고, 산만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등 그래서는 안 된다.

과학의 발달로 물질이 풍부해지고 욕구 또한 다양해지면서 마음으로 짓는 악이, 몸으로 짓는 악과 입으로 짓는 악을 충동, 악행을 끌어들인다. 십악에 빠뜨린다.

하지만 보다 밝은 세상, 모두가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십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만이 모든 인류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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