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지 않는 산악인은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높은 곳만을 보고 왔다면 앞으로는 깊은 곳을 바라보겠습니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태어난 위대한 산악인 고 김창호 대장(1969~2018)이 지난 2013년 9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산악인 시상식에서의 대상 수상 소감이다. 김 대장은 그해 5월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무산소로 올라 대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에서 밝힌 것처럼 김 대장은 대기록에 안주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생의 마지막도 히말라야에서 맞았다. 네팔 히말라야 봉우리 가운데 7번 째로 높은 다울라기리(8167m) 산군의 구르자히말(7193m)원정 도중 해발 3500m 지점 베이스캠프에서 12일 눈사태를 맞아 목숨을 잃었다. 김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는 지난달 28일부터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원정대는 애초에 6명으로 구성 됐지만 한 명이 건강상의 문제로 빠지고 5명이 네팔 가이드 4명과 함께 등반을 시도하다 눈폭풍을 맞아 전원 사망했다.

김 대장은 2005년 파키스탄 낭가파르바트 루팔벽 중앙 직등 루트를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등정을 시작했다. 김 대장은 7000m급 2개 봉우리 세계 최초 등정, 5~6000m급 봉우리 5개도 세계 최초 등정하는 등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네팔의 가장 높은 미등정 봉인 힘중을 세계 최초로 올라 클라이밍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피켈상 아시아상’을 받았다.

산소통 없이 김 대장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 신루트 개척에 집중했다. 그것도 최소한의 인원과 장비, 식량만으로 등정하는 ‘알파인 스타일’의 루트 개척이었다. 유명을 달리한 이번 등정도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을 위해서였다.

지난 2011년 10월 18일 위대한 산악인 김영석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의 별이 됐다. 김창호 대장도 히말라야 8000m급 14좌, 3대 극점(남극 북극 에베레스트),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올라 산악그랜드슬램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박영석의 뒤를 따라 히말라야 다울라기리의 별이 됐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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