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은 대선에 두 번 도전해 대통령이 된 의지의 인물이다. 유능한 행정가일 뿐 아니라 외교적 통찰력도 갖춰 재임 중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높은 인기로 재선된 지 2년 뒤 미국 역사상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닉슨의 몰락은 그의 제왕적 대통령 행세가 화근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특별검사 콕스는 백악관 집무실의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구하는 공소장을 발부, 법원에 요청했다. 닉슨은 국가 기밀 유지를 위한 통치권자의 특권을 내세워 테이프 제출을 거부했다. 닉슨은 법무장관 리처드슨에게 콕스 해임을 명령했다. 법무 장관이 명령에 반발, 사임하자 법무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콕스 해임을 명령했다. 법무차관 역시 이에 반발, 사임했다. 닉슨은 다시 법무차관보 로버트 보크에게 법무장관 대행이 돼 또 콕스를 해임하라고 명령했다. 보크 차관보는 자신까지 사임하면 법무부 지휘계통이 마비 될 것을 염려, 마지못해 콕스를 해임했다.

하룻밤 사이에 법무장관, 법무차관, 특별검사까지 모두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언론은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이라고 불렀다. 닉슨의 제왕적 행보에 반발, 의회서 대통령 탄핵이 논의됐다. 새로 임명된 특별검사 자위스키는 워싱턴 법원으로부터 대통령에게 테이프 제출을 명령하는 판결을 받아냈다. 닉슨 측의 항소로 최종 결정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하급 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추인했다. 닉슨은 자신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면서 버틸대로 버티다 의회에서 탄핵이 확실시 되자 물러났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대통령의 권한을 극한까지 추구한 제왕적 대통령이란 오명을 남겼다. 종신 대통령 제안도 마다하고 임기를 마치고 깨끗이 물러난 워싱턴 대통령도 국민이 ‘위대한 대통령 각하’라고 불러주길 희망했다.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이 되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싶게 되지만 그것은 자멸의 길이다. 인터넷에 나도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했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비추어지고 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느껴지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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