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소와 깡마른 개와 구걸하는 아이와 부서진 집과 쓰

레기더미를 뒤지는 돼지와 낡은 헝겊 같은 그늘과 릭샤와

운구행렬과 타는 장작불과 탁한 강물과 머리 감는 여인과

과일 노점상과 뱀과 오물과 신(神)과 더불어 나도 구름 많

은 세계의 일원(一員)





<감상> 동물과 아이, 깨끗함과 추함, 미개함과 문명, 오토 릭샤와 운구행렬, 성(聖)과 속(俗), 이 모든 만물이 분리되지 않고 어우러져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도시 사막은 삶에서 죽음을 은폐시키려 하지만, 인도의 바라나시는 생사가 공존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백석 시인의 시 ‘모닥불’에서 차별 없는 일원이 되듯이, 구름 많은 세계의 일원(一員)으로 편입되었을 때 나는 공동체에서 경계가 없는 자유인이 되지 않을까. 일(一)과 다(多)는 분리할 수도 없고 곧할 수도 없는 불리부즉(不離不卽)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망각하지 맙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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