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끝에 명태明太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門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감상> 이 시는 겨울철 처마 끝에 말라가는 명태의 풍경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명태의 모습이 시인의 처지나 심정과 일치하니 어찌할거나. 시름으로 인해 시인은 기다랗고 파리한 얼굴을 하고 서럽고 차가운 심정마저 듭니다. 꽁꽁 언 문턱에서 시인의 얼굴 턱이 떠올려지고, 객지에서 떠도는 몸과 마음은 명태와 같았을 겁니다. 저는 백석 시인의 시를 오랫동안 읽으면서 이 시의 제목이 왜 ‘멧새소리’인지 궁금했습니다. 시인을 대신해서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라고 멧새가 날아가면서 외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명태의 모습과 나의 심정과 멧새의 울음소리가 한 공간에서 차별 없는 평등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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