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항지진 1년 현장에 가보니…
[르포] 포항지진 1년 현장에 가보니…
  • 류희진 기자
  • 승인 2018년 11월 14일 21시 46분
  • 지면게재일 2018년 11월 15일 목요일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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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흔들렸던 그 날 참혹했던 상흔 그대로"
포항지진이 발생했던 그날로부터 1년을 앞두고있는 13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에는 아직도 집에 가지 못한 주민들이 살고 있고 그들이 살던 아파트는 흉물이 되여 방치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지진 난 지 1년 됐는데 뭐 달라진 게 있겠는교? 10년이 지나도 내 집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살고 있을낀데…”

14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안에서 만난 한 60대 할아버지가 힘없는 목소리로 한탄했다.

이곳 체육관은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재민 임시구호소로 사용되는 중이다.

본진 이후 3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월 11일에 발생한 규모 4.6의 여진까지 겹치며 포항이 입은 재산피해는 845억7500만원에 달한다.

전파·반파 주택은 956곳, 소파 판정을 받은 주택은 5만4139곳이며 학교 등 공공시설과 도로 피해도 421건이나 됐다.

지진 직후 흥해체육관에는 800여명의 이재민들을 비롯한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으로 가득 차 혼란 그 자체였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체육관에서 거주하던 이재민들은 자신의 집을 수리하거나 정부와 포항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련한 임시주거시설로 떠나 대부분의 구호텐트가 비워진 채 30여명의 주민들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서민들의 지진 공포는 지난해 11월 15일에 그대로 멈춰있다.

임시거처에서는 2년밖에 살지 못하는 상황에 재건축은 시작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수천만원에서 1억 원이 넘는 재건축 개인 분담금이 주민들의 발목을 잡아 밝은 미래를 꿈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5일 일어난 지진으로 큰 피해가 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입구에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또, 집에 들어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를 입었으나 반파 판정을 받아 이주대상에서 제외돼 고충을 겪는 시민들도 많다.

현재 흥해체육관에 등록된 91가구 208명의 이재민 가운데 82가구가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다.

포항시는 한미장관맨션을 상대로 한 피해 건축물 조사에서 C등급이 나와 구조체에는 문제가 없고 보수한 뒤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체육관에서 1년째 이재민 생활 중인 한미장관맨션 주민 A(68)씨는 “지진 피해를 조사하는 공무원에게 내 집에서 살아보라고 하니 아무 말 못 하고 돌아가더라”며 “포항시는 지난 1년간 피해 수습이 끝나 다시 살기 좋은 포항이 됐다는 홍보에 열을 올려 국민으로부터 잊혀지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여기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한미장관맨션 신축 당시인 1988년 설계기준을 적용한 결과 사용 가능하다고 나왔다”며 “현재 한미장관맨션 재건축 및 이주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진이 남기고 간 흔적은 흥해읍 곳곳에 남아 있다.

체육관에서 나와 강진 발생지점인 용천리로 가보니 허물어진 집과 빈 집터를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흥해읍에만 지진으로 405가구가 전파 판정을 받아 철거되거나 철거를 앞두고 있다.
포항지진이 발생했던 그날로부터 1년을 앞두고있는 13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에는 아직도 집에 가지 못한 주민들이 살고 있고 그들이 살던 아파트는 흉물이 되여 방치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아직 철거 작업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라 재건축은 물론이고 입주는 더욱 멀고 막막하게 느껴졌다.

음식점과 상점 주인들도 한숨만 내쉬는 중이다.

흥해읍 내 상당수 식당에는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평소 많은 사람들이 찾기로 유명한 해장국집은 이른 점심시간부터 손님으로 가득 차 있어야 했지만 식사를 하는 손님은 고작 4명이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1년이 지났지만 지진 날까 무서워 못 가겠다는 타 지역 단골손님들이 꽤 많다”며 “가게 월세를 내기도 빠듯하고 월세를 받는 건물 주인도 상황이 어려워 장사를 그만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지진 이재민들을 잊지 않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남아있었다.

지난 3일 경기 이천시 사동중학교의 교사와 학생 약 10명은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아 학교 학생들이 직접 쓴 응원의 글을 전달하고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학생들은 편지를 통해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해 큰 피해를 겪고 있지만 빨리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응원할게요!”, “몸도 마음도 힘들겠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편지를 씁니다. 하루빨리 피해복구가 완료되길 바랍니다”라고 따듯한 마음과 관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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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진 기자
류희진 기자 hjryu@kyongbuk.com

포항 남구지역, 의료, 환경, 교통,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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