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연 제5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은상
아버지의 내력이 무럭무럭 여물어가는 계절
아버지는 반쯤 사라진 달의 행방을 찾는다
아버지의 일방통행을 따라 옮겨 붙는 시선들
난지도에서 쓰레기를 쓸어 담는 빈약한 등줄기에
사라지지 않는 악취가 배여 하얀 가루가 될 것 같다
아무리 씻어도 막차 수산시장 버스의 히터바람에 실려 오는
심한 생의 비린내, 창백한 뒤꿈치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곁눈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응달져 있다
나는 아버지의 머리 위로 하얗게 센 달을 보며
가장으로서의 삶이 환히 뜬 달빛을 손으로 매만진다
이런 게 가능해서 새벽에 희뿌연 달빛이 뜨는 것인지도 모른다
꼬리 없는 소행성으로 점령당한 길가를 나란히 걷는다
아버지는 여전히 쓰레기봉투를 바스락 바스락
못 쓸 마음을 버리고 있다 어둠이 엉겨 붙은 거리
창백하게 둥글어지는 아버지가 돌아오면
아버지에게 술 냄새만큼 알싸한 밤의 향기가 난다
떨어져 나간 모서리만큼 귀퉁이를 붙여주는 어머니
파리한 얼굴을 보듬는 가족의 손으로
아버지는 달동네에서 가장 커다란 보름달, 안이 밝은 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