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 위원 정치학박사.jpg
▲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박사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상태를 사전에서는 ‘염치’라고 표현한다.

인간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가치란, 자신의 잘못된 처사에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갖는 일이다. 즉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잘못이 있을 때 스스로 뉘우치며 반성해야 면목이 서며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상하좌우가 구별 없는 요즘이야 어른이라고 하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적어도 산업화 시대까지만 해도 그랬다. 자고 나면 터지는 사건·사고의 대다수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은커녕,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는 ‘적반하장’ 때문이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의 다반사가 그야말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고사성어에 딱 맞는 세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소속 여당 의원의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폭로는 사실 아이를 가진 학부모의 입장이라면 충격과 분노를 공감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노출된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는 그동안 말로만 듣던 비리 유치원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폭발력을 가져왔다. 아이들에 대한 정부지원 보육비 10조 원이 일부 유치원 원장과 가족들의 호주머니를 채웠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근절하는 유치원 3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입장과, 한술 더 떠 연합회를 대변하여 입법을 무산시킨 야당의 ‘염치’없는 행위는 지탄을 받을 만큼 더 충격적이다. 결국 아이들을 볼모로 자기 배 불리기에 바빴던 감추어진 유치원의 비리를 정치권에서 ‘적반하장’으로 정당화시킨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인지하듯이 유치원은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교육을 위해 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유아교육기관이며,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인성’과 ‘심성’ 그리고 ‘품성교육’을 위한 학교이다. ‘세 살 때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는 속담은 유아시기의 심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며 어릴 때 잘 가르쳐야 함을 비유한 말이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은 아이들에게는 모방의 대상이며, 눈에 비치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행동이 보이는 그대로 산교육이 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교육이 마찬가지이지만 교육은 어른들의 솔선수범에서 완성되는 되는데도 불구하고, ‘염치’를 잊은 교육자나 위정자들의 행동에서 정당한 명분이란 찾아볼 수 없는 사실이 부끄럽다. ‘사유재산이며 자신들이 투자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사립유치원의 태도나 ‘여러분이 불편해지면 학부모의 아들, 딸에게 피해가 간다’라는 야당 정치인의 발언은 극단주의적 사고이며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모든 학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회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이다.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학교는 비영리기관이다. 유치원은 학교이다. 엄격히 말해 유치원은 돈을 버는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지원금이냐. 보조금이냐를 두고 감사의 대상을 분리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공익의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며, 수입과 지출 내역을 주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의무도, 자발적 조건부 인가를 받아 운영하는 것도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에서 재산세, 취득세의 세제혜택과 국고의 지원을 받는 업종이 있다면 그것은 공공의 이익이 우선되는 공적기관이며, 공적기관의 수입과 지출은 법률에 정해진 사용 목적 외 사적유용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개인의 사유재산을 들먹이며 부당함을 주장하는 몰염치한 행동은 앞뒤의 논리가 맞지 않으며, 이에 동조하는 야당의 모습은 흡사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은 살아가기 위한 수단을 가르치고 배우는 긴 여정에서 행복을 준비하는 교육의 첫 단추이다. 초등학교가 의무교육기관임에 반해 유치원이 의무교육기관이 아닌 지금, 가족 중 누구라도 학부모라는 상대적 심정에서 한 번쯤 돌아본다면 참된 교육의 가치가 무엇인지 '염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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