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를 꿈꾸는 나는 한 마리 갑각류
치명적인 욕망은 이미 극지에 들어
단 한 줄 비명까지도 안으로 가두었다

얼음마녀여, 더 단단히 주술을 걸어다오
거칠은 밧줄로 더 차갑게 결박해 다오
두터운 그 침묵 앞에 절명시를 바쳤으니

거대한 한 덩어리 흰 문장을 다 깨고서
피 묻은 돛을 씻어 높푸르게 내걸면

마침내 소름처럼 돋는,
투명한
날개
날개





<감상> 거대한 얼음은 시인의 언어이자 한 마리의 갑각류이기도 합니다. 곧 이중으로 비유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시가 쉽게 다가옵니다. 결빙(結氷)은 바로 두터운 침묵 안에 한 줄의 비명까지도 감춘 한 덩어리의 문장인 것입니다. 이 얼음을 쇄빙선(碎氷船)이 다 깨고 피 묻은 돛을 내걸고서야 갑각류의 시인은 투명한 날개를 펼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문장을 위해 시인은 오래 침묵할 수밖에 없고 자신을 극지로 내몰아야 합니다. 쇄빙선처럼 하나의 문장을 깨드려야 비로소 투명한 언어가 날개를 달고 시(詩)를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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