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푸기 전에 주걱을 맑은 물에 알뜰살뜰하게 닦아 줍니다. 누군가의 아름다운 한 끼 밥을 퍼주기 위해 끼니 때마다 김 솟는 뜨거운 통에 미련 없이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투신하는 주걱을 보며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헌신과 이타를 배웁니다. 날마다 둥근 몸 사르고 닳아 없어지며 거룩한 보시를 베푸는 순간 밥그릇이 되어야 하는지 밥 푸는 손이 되어야 하는지 머리에서 모락모락 김이 납니다. 이젠 주걱에게 밥을 먹겠습니다. 늘 깨끗하게 젖어 있어야 밥을 잘 담을 수 있다는 주걱의 숨어있는 관대함과 자기애의 숭고한 희생이 빛나는 모습에 두 손 모아 절 올립니다.





<감상> 나무는 죽어서도 보시를 합니다. 나무가 혀로 태어나는 순간이 바로 주걱입니다. 나이테가 미각처럼 혀에 새겨져 있으니 밥맛을 손상시키지 않습니다. 가족에게 밥 푸는 손이 되거나, 밥그릇이 되거나 주걱은 애기애인(愛己愛人)하는 마음이 항상 깃들어 있습니다. 플라스틱 주걱과 스텐 주걱이 판치는 세상에서 나무 주걱은 얼마나 정겹고 다정합니까. 늘 깨끗하게 젖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는 관계도 딱딱하고 쇳소리 나는 주걱보다는 나무 주걱처럼 헌신과 이타, 관대함과 희생이 뒤따랐으면 좋겠습니다. <시인 손창기>

윤석홍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속보 담당입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