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가 자신을 과대포장 한 글을 이솝에게 보여주었다. 사내는 이솝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저의 재능에 대해서 건방지다거나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요?” “자네가 자화자찬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네. 왜냐하면 자네를 칭찬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이솝의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한 농부가 땀을 흘리며 밭을 갈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는 농부를 보는 사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광경을 나무 위에서 우연히 본 원숭이는 칭찬을 받는 농부가 부러웠다. “이 세상에서 칭찬받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게 어디 있겠냐.” 원숭이는 혼자 중얼거렸다.

칭찬을 받아 보기로 작정한 원숭이는 쟁기로 밭을 가는 농부를 흉내 내 나무 토막으로 땅바닥을 휘저어 파기 시작했다. 원숭이가 밭 가는 시늉을 하면 할수록 땅은 더 엉망이 됐다. 칭찬은커녕 땅만 못쓰게 만들고 숲 속의 평온만 깬다는 비난만 쏟아졌다. 칭찬은 남이 해주는 것이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자화자찬은 비웃음거리가 되기 일쑤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가 한해의 업무 성적에 대해 9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매겨 “자화자찬도 너무 지나치다”는 비난을 산적이 있다. 더구나 경제 분야가 92점으로 가장 높아 국민의 마음을 더 뒤집어놓았던 것이다. 당시 참여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지지율이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은 경제정책 실패로 국민 생활이 더 고달파졌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파동, 세금 폭탄 등으로 국민의 등이 휘어질 대로 휘어졌다. 일자리 창출의 부진으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이구백(20대 90%가 백수)’등 취업난을 빗댄 신조어들이 난무했다. 그런데도 다른 어떤 분야보다 잘했다고 했으니 국민의 입에서 ‘철면피 정부’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배포한 장관 취임 1주년 보도자료가 ‘자화자찬’으로 가득 차 웃음거리가 됐다. “지난 1년간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다.”며 “서민 경제 부담을 크게 완화했다.”고 늘어놔 원숭이 우화를 생각나게 했다. “경제가 엉망이다.” 국민의 원망이 하늘을 찌르는 판에 이런 ‘자기도취증’ 장관이 일을 옳게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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