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사유 중 일부만 인정…법원 "징계 통한 공익 감안해도 과중한 처분"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25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은 지난 3월 21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한 이 전 지검장 모습. 연합 자료사진
후배 검사들에게 부당한 격려금을 주고 밥을 사 줬다는 사유로 ‘면직’ 징계를 받았던 이영렬(60·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소송을 통해 징계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면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해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검사 6명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각 현금 100만원과 9만5천원 상당의 식사 등 합계 109만5천원의 금품을 제공했다.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거쳐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해 해임 다음으로 높은 면직 징계를 의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의 징계 사유 중 수사를 위해 배정된 특수활동비를 예산 지침에 맞지 않게 사용한 점, 사건 처리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부적절한 처신을 해 검사의 체면과 위신을 손상한 점, 지휘감독자로서의 직무를 게을리했다는 점에 대해선 인정했다.

하지만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금품을 제공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격려 목적으로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청탁금지법 위반을 제외한 징계 사유 3가지를 고려하더라도 면직 처분은 위법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를 통해 발생하는 공익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과중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지기도 한 이 전 지검장은 지난 10월 무죄를 확정받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이 전 지검장이 제공한 음식물과 현금 모두 상급 공직자로서 하급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목적으로 전달한 것인 만큼 청탁금지법상의 처벌 예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이 확정된다면, 이 전 지검장은 검찰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과거 항명 파동으로 면직됐다가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한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의 사례가 이 전 지검장과 여러모로 흡사하다.

2001년 대법원은 일부 징계 사유를 인정하면서도 면직 처분은 과도하다며 심 전 고검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무보직 고검장’으로 검찰에 복귀한 심 전 고검장은 기존 고검장 자리에 결원이 발생하자 부산고검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복직 5개월 만에 사법고시 후배인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임명되자 사퇴했다.

현재 검찰에서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영렬 전 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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