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발가락보다 더 가난한 게 어디 있으랴 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
햇살 움켜쥐고 나뭇가지에 얹혀 있다

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다 노래의
눈썹, 노래로 완성하는 새의 있음

배고픈 오후,
허기 속으로 새는 날아가고 가난하여 맑아지는 하늘

가는 발가락 감추고 날아간 새의 자취, 쫓으며 내 눈동자는
새의 메아리로 번져나간다





<감상> 맑은 허기를 지닌 시인은 새의 발가락이 나뭇가지에서 햇살을 움켜쥐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새는 나무의 눈썹이 되고, 노래의 눈썹으로 완성된다. 눈썹이 완성되어야 사람의 얼굴이 완성되듯이, 나무의 얼굴도 그렇게 완성된다. 바로 꿈을 꾸는 눈동자만이 대상을 향해 자신의 몸을 마중할 수가 있다. 새가 노래를 완성하고 허공으로 날아가면, 시인의 눈동자는 가난하여 맑아지는 하늘을 향한다.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육신은 땅에서 무거운 반면에, 발가락마저 감추고 날아가는 새의 가벼움이라니! 자연히 내 눈동자는 동경의 메아리로 번져나갈 수밖에 없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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