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몸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꼿꼿한 자세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람의 틈

비스듬히 보아야
세상이 만만해 보일 때가 있다
예의처럼 허리를 숙여야 오를 수 있는 산비탈 집들
첫차에 등을 기댄 새벽의 사람들

기대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
손 내밀고 어깨 주는 것은
언제나 비스듬한 것들

삐딱하다는 것은
홀로 세상에 각을 세우는 일이지만
비스듬하다는 말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

더러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비스듬히 건네는 말이
술잔보다 따듯하게 차오를 때가 있다





<감상> 고개를 비스듬히 해야 보이는 풍경들이 참 많군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지 않으면 산비탈의 집뿐만 아니라 담벼락의 그림들조차 보이지 않을 겁니다. 비스듬히 기울여 보아야 세상이 똑바로 보이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지요. 수평선도 기울여 보면 바다가 둥글다는 걸 느낄 수 있죠. 둥근 등처럼 둥글어야 서로 기댈 수 있는 거죠. 삐딱하게 세상에 각을 세우는 자들이여! 항상 고개를 들어 위로만 쳐다보지 말자.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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