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청나라 명군 강희제가 미복 차림으로 하도라는 곳을 시찰했다. 거리를 둘러보던 중 건달들과 시비가 붙었다. 건달들이 주먹을 사용하려 하자 강희제를 호위해 가던 그곳의 관장인 위동정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 모습을 본 강희제가 위동정의 뺨을 한대 갈겼다. 하도의 온 관민이 우러러 보던 관장이 뺨을 맞고도 아무 소리도 못하자 건달들은 줄행랑쳤다.

그날 저녁, 강희제는 위동정의 집을 찾아가 그를 위로했다. “짐이 요즈음 그대를 엄하게 대하는 것은 그대를 강하게 단련하기 위함이다. 짐이 원하는 사람이 되려면 좀 더 고생하고 노력해야 하네. 그래서 그대를 엄하게 대하는 것이네.” 강희제의 말에 감복한 위동정은 그 후 충성스러운 신하가 됐다.

사람의 마음을 사려면 그 사람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아랫사람을 아끼고 존중해야 된다는 것을 강희제는 깊이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최고 지도부가 따라 배우자며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 강희제다. 장쩌민, 후진타오는 이구동성으로 측근들에게 “강희제를 배위라.”고 했다.

주룽지는 “강희제의 통치철학과 수신제가의 지혜가 중국의 황금기를 열었다”고 격찬했다.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제로부터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 푸이에 이르기까지 역대 중국 220명 중 재위 기간이 가장 길었던 황제가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다. 재위 기간이 무려 61년이었다. 강희제-옹정제-건륭제로 이어지는 3대 133년 간의 태평성세인 ‘강건성세(康乾盛世)’를 연 것은 강희제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이었다.

강희제는 백성들이 마음 편안히 살면서 즐겁게 생업을 영위하게 하는 ‘안거낙업(安居樂業)’을 최고의 통치 가치로 삼았다. ‘불치이치(不治而治), 다스리지 않는 것 같은 다스림’, ‘무위지치(無爲之治), 시끄럽지 않는 다스림’이 통치 이념인 강희제는 ‘무위’라는 두 글자를 새긴 현판을 집무실 입구에 걸어 놓고 작은 정부, 적은 세금을 포괄하는 무위정치를 펼쳤다.

“제왕이 천하를 다스림에 능력 있는 자를 가까이 두고 관대함과 엄격함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강희제가 죽기 전 미리 써둔 유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배웠으면 좋을 듯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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