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돈벌어서 엄마에게 보낸다고 해…미국 가면 장난감 가질 것 기대도"

아버지와 함께 미국에 불법 입국하려다 국경순찰대에 구금된 뒤 탈수와 쇼크 증세 끝에 숨진 7세 과테말라 소녀의 유가족들이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15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무타기를 좋아하던 7살 소녀 재클린 칼 마킨은 몇 주 전 과테말라 산안토니오데코르테스 시골 동네 집에서 아빠 네리 칼(29)로부터 미국에 가자는 말과 함께 처음으로 신발 한 켤레를 받았다.

그리고 미국에 가면 처음으로 장난감을 가질 수도 있고 글을 배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무엇보다 재클린이 험한 미국행 장도에 나선 것은 아빠를 무척 따랐기 때문이었다.

네리는 딸을 특히 예뻐해 함께 집 근처 강으로 함께 낚시하러 다닐 만큼 부녀 사이가 좋았다.

할아버지 도밍고 칼(61)은 “아이가 아빠에게 애착이 강해 둘은 서로 떨어지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재클린은 미국으로 향하기 전 초가지붕에 흙바닥으로 된 작은 목조 주택에서 엄마, 아빠, 6개월 된 아기를 포함한 3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지냈다.

가족은 옥수수와 콩을 키워 번 하루 5달러 정도의 돈으로 근근이 살아갔다. 그러나 극심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자 아빠 네리는 미국에서 돈을 벌어 집으로 부쳐야겠다고 결심했다.

네리는 미국행을 위해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 불법 브로커에게 지불했다. 도밍고는 아들 네리가 “절박했다”고 전했다.

재클린 가족이 사는 마을의 이장은 사람들이 미국행에 필요한 수천 달러를 위해 얼마 없는 땅까지 팔고 있다면서 “이 가족뿐 아니라 사람들이 끝없이 떠나고 있다. 트럭이며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이 계속 보인다”고 우려했다.

부녀는 이렇게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지난 1일 집을 떠나 3천200㎞ 넘게 이동했다.

재클린의 엄마 클라우디아 마킨(27)은 “아이가 나중에 자라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엄마와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겠다고 했다”며 “큰 나라를 본 적이 없어 미국에 가게 된 것에 정말로 기뻐했다”고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이들 부녀는 다른 이주자 일행과 함께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다가 지난 6일 미국 출입국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이주자 163명의 일을 처리하는 국경순찰대 요원들은 4명에 불과했고, 버스 단 한 대가 이들을 가장 가까운 150㎞ 거리의 국경순찰대 사무실로 몇 시간에 걸쳐 실어 날랐다.

부녀는 순서를 기다리다가 버스에 올라탔지만, 재클린은 버스에서 구토를 시작했다.

도착한 지 90분이 지나 호흡이 멈추자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헬기로 텍사스주 엘패소로 이송됐지만, 재클린은 8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곧 이뤄지고 결과는 몇 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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