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 창원대학교 특수교육과 외래교수·시인.jpg
▲ 배연일(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퇴직을 앞둔 사람은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참으로 오랜 시간을 고심했다. 그런 후에 내가 내린 결론은 재직시절부터 해오던 노인대학 강의를 퇴직 후에도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퇴직하기 이전부터 훗날 노인대학 강의 때 사용할 강의 자료를 차곡차곡 준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은퇴하던 첫해부터 시작한 노인대학 강의가 올해로 벌써 4년이 되어간다. 강의를 나가는 곳은 주로 대한노인회 산하의 전국 각 지회와 교회나 병원 등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이다. 강사료는 지역이나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나는 강사료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항상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강의를 다니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무상(無償)으로 또는 자비(自費)를 들여가며 봉사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래도 나는 강사료를 받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나를 부르는 곳이라면 강사료와 관계없이 전국 방방곡곡 어디라도 멀다 않고 가고 있다.

어쨌든 나는 노인대학 강의로 인해 재직 시절 못지않게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바쁘게만 사는 건 아니다. 어떤 곳으로 강의하러 가면 강의를 마친 후에는 꼭 그 지역의 문화 유적지를 여유 있게 둘러보기도 한다.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서 문화 유적지 탐방을 하러 가도 갈 텐데, 나는 강의하러 갔던 길에 가는 것이니 일거양득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강의를 통해 느끼게 되는 가슴 뿌듯한 보람이다. 모르긴 해도 이러한 감정은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누구도 감히 알지 못할 것이다. 강의를 마치고 나올 때 학생들이 내게 악수를 청하며 강의에 대한 감사 인사말을 해올 때, 나로선 정말 보람과 함께 샘물처럼 솟아나는 희열을 맛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학생은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내 손에 수고했다며 작은 음료수 한 병을 쥐여주는가 하면, 또 어떤 학생은 먼 길 가다가 먹으라며 삶은 달걀 두어 개를 비닐봉지에 싸서 건네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만 가슴이 뭉클해지고 만다.

여하튼 나는 이 노인대학 강의에 무한한 애정과 기쁨은 물론, 큰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전국으로 노인대학 강의를 다니는 지금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해, 내 인생에 언제 이렇게 즐거운 시절이 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또 나를 부르는 곳이 단 한 군데라도 있는 한 노인대학 강의는 계속하려고 한다. 노인대학 강의가 나에게 주어진 소명(召命)이라고 믿기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