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은 서울 중심의 전통이 강하다. 오죽했으면 ‘말이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까지 있을까. 우리나라 인구 5200만 명 중 약 1000만 명이 서울에 거주하고, 서울 광역권인 인천과 경기도를 포함하면 약 2600만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지방의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상경(上京)’해 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사람과 부, 권력과 문화가 모두 서울 일극 체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애초에 지방 도시들은 도시 간의 경쟁보다는 중앙 정부에 목을 매고 있다. 정부 예산이 결정 되는 11월과 12월에는 지방의 국회의원과 지방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받기 위해 서울에다 방을 잡고 연줄을 찾아 헤매는 기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찾기 어렵다. 유럽의 경우 대부분 도시 간의 경쟁으로 나라가 발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벤츠와 포르쉐 본사가 있는 슈트트가르트, BMW와 알리안츠가 있는 뮌헨, 코메르츠방크는 프랑크푸르트, 화학 공룡 바스프는 만하임에 있어서 서로 경쟁하며 도시가 번창하고 있다.

최근 전남 순천시가 개방형 직위로 면장을 공모해서 뽑았다. 통상적으로 지방 시군의 고위 공무원이 자리를 옮겨 가며 앉는 자리가 음·면장 자리인데 전국에 공모해서 면장을 뽑은 것이다. 이번에 면장에 선정된 사람은 포항에서 지난 2013년 농업회사법인 ‘포항노다지마을’을 설립한 사람이다. 직원 28명과 함께 고추와 귀리, 콩, 단호박, 배추 등을 수확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연 매출 10억 원을 달성한 신길호(51)씨가 주인공이다. 신 면장은 경상도 지역 마을기업 120여 곳을 컨설팅하고 교육한 사람이다.

아직 여전히 서울 중심으로 국가가 돌아가고 있지만 지방분권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또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어 소멸위기에 처해 있는 시군이 허다하다. 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경북의 경우 23개 시군 중 18개 시군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경북도 순천시처럼 시군 읍면장을 개방형 직으로 공모해서 전문 경영인을 장으로 뽑으면 좋을 듯하다. 절벽 앞에 선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몸부림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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