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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섭의 신삼국유사] 69. 경덕왕(景德王)과 충담사(忠談師)
[윤용섭의 신삼국유사] 69. 경덕왕(景德王)과 충담사(忠談師)
  •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 승인 2018년 12월 20일 21시 31분
  • 지면게재일 2018년 12월 21일 금요일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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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차와 안민가 지어 바친 충담스님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당(唐)나라에서 덕경(德經) 등을 보내 오자 대왕(大王)이 예를 갖추어 이를 받았다. 나라를 다스린 지 24년에 오악(五岳)과 삼산(三山)의 산신들이 때때로 나타나서 대궐 뜰에서 임금을 모셨다. 3월 3일 왕이 귀정문(歸正門) 누각 위에 나가서 좌우 신하들에게 일렀다.
경주 남산 삼화령 미륵삼존불.(국립경주박물관 소장)
“누가 길거리에서 위의(威儀) 있는 승려 한 분을 데려올 수 있겠느냐.” 이때 마침 위의 있고 깨끗한 고승(高僧) 한 사람이 길에서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좌우 신하들이 이 스님을 데리고 오니, 왕이 당신이 찾는 승려가 아니라면서 돌려보냈다. 다시 일개 승려가 있어 납의(衲衣)를 입고 앵통(櫻筒)을 지고 남쪽에서 오고 있었는데 임금이 보고 기뻐하여 누각 위로 영접했다. 지고 있는 통 속을 보니 다구(茶具)가 들어 있었다. 대왕이 물었다.

“그대는 대체 누구요?”

“소승(小僧)은 충담(忠談)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오?”

“소승(小僧)은 3월 3일과 9월 9일에는 차를 달여서 남산(南山) 삼화령(三花嶺)의 미륵세존(彌勒世尊)께 드리는데, 지금도 올려드리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과인에게도 그 차를 한 잔 나누어 주시겠나요?”

충담스님이 차를 달여 올리니 차맛이 이상하고 찻잔 속에서 기이한 향기가 풍겼다. 임금이 다시 물었다.

“짐이 일찍이 들으니 스님께서 기파랑(耆婆郞)을 찬미(讚美)한 사뇌가(詞腦歌)가 있는데 그 뜻이 무척 고상(高尙)하다고 하니 그 말이 과연 옳은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짐을 위하여 안민가(安民歌)를 지어 주십시오.”

충담이 이에 경덕왕의 명을 받들어 노래를 지어 바치니 대왕이 아름답게 여기고 그를 왕사(王師)로 봉했으나, 충담은 두 번 절하고 굳이 사양하여 받지 않았다. 안민가는 다음과 같다.



임금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미요

백성은 어린아이라고 하실 때

백성이 사랑을 알 것이로다.

구물거리며 사는 물생,

이를 먹어 다스려져

이 땅을 버리고 어디를 가겠느냐 할 때

나라가 유지될 줄 알 것이로다



후구(後句)



아으!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는 태평하리이다.

경주 남산 삼화령 미륵삼존불.(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안민가의 가사내용은 임금은 백성을 어리석은 아이를 돌보듯 사랑해야 한다면서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백성은 백성다워야 태평한 세상이 열린다는 높은 철학을 담고 있다. 원래 이 가사는 제(齊)나라 경공의 “정치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한 공자의 답으로서, 『논어』에 실려 있다. 임금부터 국민 모두가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다할 때 나라가 태평하다는 이치를 말한 것인데, 충담스님이 즉석에서 향가의 형태로 노래한 것이다. 그리고 ‘사뇌가’란 향가의 일종으로 주로 나라의 안위를 기원하는 등 주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로서 10구체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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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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