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랗게 날 선 줄이 회전을 한다
쉭쉭 바람 자르는 소리를 낸다
둥그란 칼 무지개 뜬다

양쪽에서 칼자루를 쥐고 칼을 돌리는 아이도
줄을 서서 칼을 기다리는 아이도 노래를 부른다

첫 번째 아이가 까닥까닥 발끝으로 박자를 맞추더니
무지개 칼날 속으로 머리부터 집어넣는다
회전 칼날 속에서 아이가 돈다

두 번째 아이도 머리를 집어넣는다
세 번째 아이도 머리를 집어넣는다

아이들은 모두 삼킨 칼날이 쉭쉭 빈 허공을 핥는다
빠져나올 타이밍을 놓친 하루해가 발목부터 잘린다

하늘이 벌겋게 물든다




<감상> 줄넘기가 무지개를 가장한 칼날이 되다니요. 정말 무섭네요. 칼자루를 쥐고 돌리는 거대한 사회단체, 조직으로 느껴집니다. 이 회전 속에 박자를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이내 도태되고 잘리고 맙니다. 조직이 지닌 집요한 억압과 잔인한 폭력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장단을 잘 맞추든지 빠져나올 타이밍을 지녀야 할 텐데.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은 삶이 고달프기 그지없습니다. 하늘이 벌겋게 물들 듯이 칼날에 베여 핏빛으로 물들고 맙니다. 무지개 빛깔처럼 희망적이고 따듯한 세상은 될 수 없는 건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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