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윤 에스포항병원 신경과 전문의

파킨슨병은 뇌에 생기는 퇴행성 질환 중 알츠하이머 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질환으로, 약 200년 전에 영국의 파킨슨이라는 의사가 처음으로 보고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치매가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병이라면, 파킨슨병은 운동기능이 점차 떨어져서 생활하기 힘들어지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60세 이상에서 100명당 2명 정도가 파킨슨병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며 지난해 10만 명을 돌파했다.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파킨슨병의 증상으로는 손이나 발의 떨림증, 몸이 굳으며 행동이 느려지는 것, 균형 장애가 대표적이다.

위의 증상이 나타남에 따라 걷는 게 힘들어져 종종걸음을 걷거나 심지어는 이유 없이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얼굴 표정이 굳고 말소리가 작아지거나 변비, 어지럼증, 소변 장애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손이 떨린다고 모두 파킨슨병은 아니다. 반대로 모든 파킨슨병 환자가 손 떨림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일반적인 수전증이 행동을 하거나 자세를 취할 때 떨림증이 생기는 것과는 달리, 파킨슨병은 무의식적으로 가만히 있을 때 떨림증이 생긴다.

이를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약 20~30% 정도의 초기 파킨슨병 환자들은 손 떨림 증상이 없기 때문에 파킨슨병의 진단에는 전문가의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가만히 있을 때의 손 떨림증이 확실하거나, 중풍이나 척추 질환 같은 다른 확실한 원인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행동이 점점 느려지면서 걸음걸이도 힘들어진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파킨슨병의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병력 청취를 통한 전문가의 판단이 가장 결정적이다. 병원마다 검사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보통 진단 시 뇌 MRI 촬영을 한번은 실시한다. 뇌 MRI는 파킨슨병에 대한 뚜렷한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MRI를 촬영하는 이유는 중풍이나 수두증과 같이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들을 감별하기 위한 것이다.

그 외 인지기능검사나 자율신경계 검사를 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도파민 세포를 간접적으로 촬영하는 특수한 PET 촬영으로 진단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지만, 증상에 매우 효과적인 약물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이 약물들은 환자에 따라서 매우 극적인 효과를 발휘하여 혼자서는 잘 걷지 못하던 사람이 치료 후 별 어려움 없이 걷게 되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아직 치매나 중풍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 않아 많은 환자가 진단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파킨슨병이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증상에 효과적인 약들이 있는 만큼, 특별한 이유 없이 점차 행동이 느려지고 걸음걸이가 힘들어진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하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보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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