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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병원장

내담자: 선생님. 저는 제가 비정상인 것 같아요. 제 친구에게 이 말을 했는데 그 친구가 “뭐가 비정상인데?”라고 되물었어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뭐가 비정상인지를 모르겠어요. 그러나 분명 비정상인 것 같아요.

의사: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그것 때문에 불안하신가 봅니다. 일단 안심 하시고 편안하게 말씀을 해 보세요. 저를 찾아오신 제일 큰 걱정이 바로 그건가요?

내담자: 제가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데, 딱히 무엇이 비정상인지 알 수 없어요. 그러나 비정상 같아요.

의사: 지금 앉자마자 비정상이라는 말을 여러 번 하시네요. 이 짧은 순간에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판단할 능력은 저에겐 없어요. 불편했던 얘기를 좀 더 해 보실 수 있나요?

내담자: 물론이죠. 정신건강의학과를 올까 말까 정말 망설였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비정상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 용기 냈어요.

의사: 네.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잘하셨습니다. 그러나 긴장될 겁니다. 우선 숨을 천천히 쉬세요. 그렇죠. 저는 당신이 하는 말을 다 들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천천히 얘기하셔도 됩니다.

내담자: 저는…막연한 생각이지만, 내가 이상 한 것 같아요.

의사: 그래요? 그 이유를 자세히 들어 봅시다.

내담자: 누군가 힘센 사람이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아요. 막연히 불안합니다. 밥을 먹을 때도 ‘음식을 흘리는지 아닌지’ 친구와 같이 있을 때도 ‘옳은 친구인지 나쁜 친구인지‘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삐뚤어진 것 같고 다 잘못 하는 것 같고….

의사: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 최근에 생긴 느낌인가요?

내담자: 아닙니다. 오래전부터였던 것 같아요. 내 기억에는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의사: 그럼 그리 급한 두려움은 아니네요. 이런 막연한 두려움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내담자: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의사: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누구나 그런 느낌은 일부 있거든요. 아마 자기 마음속에 두고 있는 어떤 힘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내담자: 그 말씀도 알 듯 모를 듯 하네요. 이유 없이 늘 막연히 불안한 것은 비정상이죠?

의사: 음…그것이 비정상인지 계속 같이 알아봅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 얘기라도 좋으니 주저 말고 편하게 얘기해 보세요. 우선 언제부터 그런 느낌이 있었는지 떠오르는 대로 기억해 볼 수 있나요?

내담자: 네…아주 어릴 때부터였네요. 저도 이런 생각은 처음 해 봤는데…그래요, 저는 우리 아버지가 늘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는 그게 참 싫었어요. 내 친구들 아버지는 매우 힘센 사람 같았고 우리 아버지는…왠지 약한 사람 같았어요. 근데 이런 말을 아무에게도 해 본 적은 없어요.

의사: 지금 잘하고 계신 겁니다. 그런 기억일수록 깊이 들어 앉아 당신을 괴롭힐 수도 있거든요. 지금 기회에 그런 기억들 꺼내어 햇볕에 말려 봅시다.

내담자: 이런 막연한 두려움이 그런 옛날 기억들과 연관이 있을까요?

의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내담자: 누구에게도 말을 못 했던 기억을 꺼내 보니 좀 두렵기도 하고요, 좀 시원하기도 하네요.

의사: 그렇죠. 두렵고 시원하겠죠. 모든 기억이나 생각들은 현재의 감정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연이 연줄에 묶여 있는 것처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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