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입을 맞추었지
가시를 끌어당겨 장미 향기를 입술 안으로
깊이 빨아들였지
장미는 벌린 내 입을 더 크게 벌리고
내 심장을 꺼내 가졌지
그날부터 나는 심장이 없지

장미와 같은 시간을 호흡했지
바다와 하늘도 같은 고요를 들이쉬고 내쉬었지
별의 어깨를 출렁거리며 밤과 낮이
파도처럼 흰 한숨을 몰아쉬었지
그날 장미에 심장이 생겼지
세상은 장미의 들숨과 날숨으로 채워졌지

나는 한 점 후회 남김 없어
다만 후렴이 들어간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지
짧은 시간을 함께한 꽃은 빨리 지지
짧은 시간에 모든 숨결을 다 주기 때문이지




<감상> 누군가를 사랑하면 입술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지요. 더군다나 키스까지 한다면 심장을 나눠가지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심장을 내어주므로 같은 시간과 고요를 호흡하고 파도처럼 흰 한숨을 몰아쉬지요. 후회 없이 후렴이 들어간 노랫말을 쓰고 읊조리기 시작하죠. 모든 세상이 장미의 세상, 곧 그대의 세상으로 가득 채워지죠. 그런데 모든 숨결을 다 주어 버리면 꽃은 빨리 지고 맙니다.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생각되는 그런 사랑이 우리에게 다시 찾아올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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