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시대인 208년 후베이성 자위현의 북동, 양쯔강 남안에 있는 해안에서 절체절명의 전투가 벌어졌다. 제갈량이 남동풍을 불러 승리를 거뒀다는 그 유명한 ‘적벽대전’이다. 손권과 유비 연합군이 조조군과 맞서 천하를 다툰 전투다.

화북지역을 평정한 조조가 남하해서 형주 땅을 차지하고 강릉으로 달아나는 유비를 추격하는 중이었다. 조조군이 장강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 마침내 적벽에서 유비·손권 연합군과 맞닥뜨려 대치하게 됐다. 이 때 조조군은 손권 휘하의 장수 황개가 낸 화공(火攻)으로 전함들이 불타서 대패, 화북으로 다시 후퇴했다. 이 결과 손권의 강남 지배가 확정되고, 유비도 형주(호남성) 서부의 세력을 형성, 천하 3분(分)의 형세가 구축됐다.

정사에는 짧은 기록만 있을 뿐 적벽대전의 전모를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나관중은 ‘삼국지연의’에서 밝혔다. 실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지어낸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제갈량이 도술을 부려 동남풍을 불게 했다거나 짚을 실은 배를 보내 조조군의 화살을 모두 회수하게 했다는 것 등은 모두 픽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황개의 ‘동남풍’을 이용한 화공으로 배를 불태워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확실한 사실로 보고 있다.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은 천하 삼분의 정립(鼎立)이 이뤄지게 했다. 이 동남풍이 지금 대한민국에도 불어야 할 것 같다. 포항을 기점으로 울산~부산~창원~거제를 거쳐 대구·구미 등을 아우르는 동남권 경제벨트는 1973년 정부가 중화학공업 입국 선언을 통해 중화학공업 개발을 공포하면서부터 형성된 우리나라 산업의 중추다. 철강·기계·조선·전자·비철금속·석유화학공업 등 6개 업종을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공단을 개발했다. 동남권 경제벨트 지역의 인구는 1300만 명으로 수도권 인구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국내 제조업 출하액의 38.8%인 577조3140억 원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 철강 등 이 동남권 산업이 위축되면서 국가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동남권 경제벨트가 살아야 국가 경제도 살아난다. 2019년 한국 경제에도 동남풍이 불어야 나라가 산다. 정부 경제정책도 동남권 경제 부흥에 맞춰져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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