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무.jpg
▲ 류성무 수필가
전도몽상(顚倒夢想)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글귀다.

전도(顚倒)란 앞과 뒤가 뒤바뀐다는 뜻이다. 몽상(夢想)은 꿈같은 생각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전도몽상이란 앞뒤가 뒤바뀐 꿈같은 생각을 뜻한다.

우리는 전도몽상을 멀리 여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전도몽상에 빠져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앞뒤가 뒤바뀌어서 우리는 꿈같은 생각을 하고 살게 될까.

전도는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몽상은 헛된 꿈을 꾸고 있어도 그것이 꿈인 줄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전도몽상은 ‘돈’이다.

사람을 위하여 돈을 만들었는데 돈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된다. 부언하면 돈은 쓰기 위해서 벌어 모으는데 많은 사람은 쓰지 않고 아끼며 저축하는데도 그 돈을 지키며 사는 꼴이 된다. 이것은 탐욕이라 말할 수 있는데 탐욕은 늘 가난이 따른다. 왜냐하면, 있으면서 자꾸 더 모으려고 하기에 있어도 없는 가난과 마찬가지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남에게 베푸는데 인색하여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분배할 때 말썽과 큰 불화를 일으키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황혼기인 지금이라도 쓰고 놀고 베푸는 선심으로 전도몽상을 벗어나야 할 것이다.

둘째, 전도몽상은 ‘옷’이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옷이 있는데 너무 좋은 옷을 입으니까 내 옷을 보호하게 된다. 옛날 가난할 때는 출입옷이라 해서 값비싼 좋은 옷은 장롱 안에 넣어 두었다가 출타할 적에만 입던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옛 말씀에 사람은 옷이 날개라 하였고 입은 걸인은 밥을 얻어먹어도 벗은 걸인은 얻어먹지 못한다는 말은 지난 세월 가난에 허덕이느라고 단 한 벌밖에 없는 옷을 일상에는 아끼느라고 입지 못하고 출타할 때만 입다 보니 사람이 옷을 보호하게 되는 셈이다.

셋째 전도몽상은 ‘집’이다.

사람이 살려고 집이 있는데 집이 너무 좋고 집안에 비싼 물건이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사람이 집을 지키는 개 신세가 되었다.

가난에 찌들면서 살아온 지금, 황혼기 3모작 인생들의 말에 의하면 사는 동안 소원이 언필칭(言必稱),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 쌀밥 먹고 자식 대학교 보내는 것이라 하였다.

지금은 아파트에 사람이 많지만 좋은 집에 큰 대문 달고 새도 못 들어갈 정도로 방책을 치고 살면서 값비싼 가구를 비롯한 방안 장식품들은 사람이 사는 가치관의 척도로 하는 것은 범부나 중생들의 생각은 변치 않고 있는 것 같다.

이상 말한 것들을 전도몽상이라 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거꾸로 되는 것 같다.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니까 의미의 노예가 되고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도몽상은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는 몽상은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 그것이 꿈인 줄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하는 것이다.

많은 것들을 곁에 두고 써 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이상한 프레임에 사로잡힌 현대인!

늘 행복을 곁에 두고도 다른 곳을 헤매며 찾아다니다 일찍 지쳐버린 현대인!

나누면 반드시 행복이 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알고도 실천 못 하는 장애를 가진 현대인!

지금도 늦지 않으니 죽기 전에 돈으로 베풀고 옷은 좋은 것부터 입고 집은 개방해서 친구들의 사랑방으로써 쓰면서 소통하여 지금까지 헛되게 거꾸로 살던 것을 바르게 살도록 당장 실천에 옮길 일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