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두 육군사관학교 토목환경학과교수
포항지진이 2017년 11월 15일 발생했으니 1년 하고도 두 달 가까이 돼 가는데 그동안 계속 이어지는 여진과 새해 벽두부터 주민들을 놀라게 한 영덕 앞바다 지진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포항지진은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인가?

필자는 세 가지 사실에 근거해 포항지진의 여진은 2018년 3월부로 거의 소멸됐다고 주장한다.

첫째, 포항지진의 여진 발생 횟수가 감소하는 경향이다.

본진에 이어 발생하는 여진은 오모리 법칙(Omori's law)에 의해 여진 발생횟수가 지수 함수적으로 급격하게 감소해간다.

기상청 지진 자료에 따르면 포항지진 본진이 일어난 2017년 11월에 67회의 여진이 있었다. 그러나 다음 달인 12월에는 10회로 감소했고, 이듬해인 2018년 3월에는 3회까지 줄어들었다.

둘째, 지진이 발생하는 위치 즉 진앙의 위치 변화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발생한 101회의 여진은 전부 포항지진 영향권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인근 육지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2018년 4월부터는 포항 앞바다에서 발생하고 있다. 포항지진의 영향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자연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지진이 발생하는 깊이 그러니까 진원의 깊이 변화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발생한 101회 여진의 평균 진원 깊이는 9.3 ㎞인 반면 2018년 4월부터 12월까지 포항 앞바다에서 발생한 9회의 지진은 평균 깊이가 19.3㎞로 육지에서 발생한 지진들보다 평균 10㎞가 더 깊다. 포항지진 본진이 깊이 4㎞ 내외의 얕은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여진들도 얕은 깊이에서 일어난 반면 포항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들은 자연지진의 정상적인 깊이인 10~20㎞ 범위에서 발생했다.

일부 미소지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자연지진이 이 범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진원의 심도 10㎞를 인공지진과 자연지진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포항은 매우 특이한 지각구조를 가지고 있다.

포항의 지각은 중생대 백악기 퇴적층 위에 다시 신생대 제3기층이 퇴적된 구조다.

그런데 이번에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시추해보니 화강암이 지하 2㎞까지 포항 일대에 넓게 관입했다.

화강암은 조직이 치밀해 사실상 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불투수층을 이룬다.

태백산맥과 포항에서 장마 기간에 땅속으로 스며든 지하수는 불투수층인 화강암층 때문에 깊이 스며들지 못하고 지하 1㎞내외에 위치한 지하수의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는 두꺼운 사암층을 통해 포항 앞바다로 빠져나간다.

이렇게 포항에서 동해 바다 쪽으로 흘러간 지하수는 육지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에서 비로소 10~20㎞의 지진 발생 적정 깊이에 도달해 자연지진을 일으키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지진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로 포항지진 이전까지는 포항에서 규모 4 이상의 지진이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 대신 육지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포항 앞바다에서 규모 4 이상의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한 것은 바로 이러한 지각구조 때문이다.

이처럼 포항은 자연지진이 발생하기 어려운 독특한 지각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인위적으로 지진을 촉발시키지 않는 한 지진에 안전한 도시다.

2019년 새해를 맞아 지진 피해를 속히 극복하고 활기찬 포항으로 재도약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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