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LA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월드시리즈 2차전을 벌이고 이었다. 5회전이 시작되기 전 휴스턴이 1점 앞서고 있었다. 다저스 선발투수 리치 힐은 4이닝까지 66구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모두 LA다저스 감독 데이브 로버츠가 투수교체 없이 리치 힐에게 5회까지는 투구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대로 이어간다면 힐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공을 던지고 3실점 이하로 막아내는 경기)가 유력하다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로버츠 감독은 4회가 끝난 직후 힐을 조기 강판시켰다. 뒤이어 9명의 불펜을 투입, 엎치락뒤치락 하던 끝에 결국 다저스가 패하고 말았다. “로버츠의 투수전략 때문에 다저스는 월드시리즈를 잃었다.” “다저스가 로버츠를 아직 해고하지 않았다는 걸 밑을 수 없다.” “그럴 거면 선발을 왜 써” 등 신문들의 헤드라인은 로버츠 감독의 투수작전 실책에 대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5회에 선발투수를 바꾼 것은 감독의 판단착오라는 비난이 대세였으나 당시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옹호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야구 팬들이 로버츠 감독의 판단착오로 단죄한 것은 그 작전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의 불팬 작전이 성공적으로 작용해 다저스의 승리로 이어졌다면 “아주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칭찬 받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의사결정의 질을 그 결과의 질과 동일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이든 추진하는 일에 대한 평가는 결과로 판가름 난다. 사람들이 과정보다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보편성을 받아들인 로버츠 감독은 “어제의 투수 교체는 이상적이지 않았다.”며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잘못된 결과를 자기 실수로 받아들인 로버츠 감독의 리더십은 칭찬감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수렁에 빠진 것은 의사결정의 잘못에 있다. 소득주도 성장 등 각종 정책 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고집을 버려야 한다. 리더는 “그렇게 될 줄 알았어야.”를 미리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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