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이나 내셔널리즘의 위험성은 그런 부분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그런 것이 잘못됐다고 해봤자, 인간은 머리로만 움직이는 동물이 아닙니다. 그리고 물질도, 머리도, 이익도 아닌 나와 타인이 하나가 돼 불타오르는 듯한 흥분 속에 있다는 상황을 한번 맛본 인간은 그 병에 면역성을 갖출 수 없는 것입니다.”

1932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건너와 한반도에서 성장, 중학교 1학년 때 평양에서 일본 패전을 맞았다는 ‘이츠키 히로유키’가 일본제국주의 침략으로 황폐화한 한반도의 참담한 현실을 목격하고 쓴 글이다. 그는 일본 패망 당시 1년 간 난민생활을 거쳐 남한으로 탈출, 후쿠오카로 건너가 작가로 활동한 사람이다.

내셔널리즘은 ‘민족주의’로 바꿀 수 있지만 ‘제국주의’로 변질 되기도 한다. 흔히 우리가 ‘일제’라고 하는 ‘일본제국주의’의 ‘제국주의(imperialism)’는 내셔널리즘을 넘어선 침략주의 파시즘이다.

원래 ‘제국’은 로마의 황제국가를 의미하는 ‘임페리움(Imperium)’에서 유래했다. 제국주의는 고대 로마제국의 침략과 팽창, 일본을 포함한 근대 서구 국가들의 침략을 본질적으로 동일시 해서 부르는 말이다. 제국주의는 사전적으로는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배권을 다른 민족, 다른 국가의 영토로 확대 시키려는 국가의 충동이나 정책’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와 외교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이 지난 시대의 유물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이 ‘제국주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아베 제국주의’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아베 총리가 직접 일제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언급하고, 조난 선박을 구조 중인 우리 군함에 자위대가 저공 위협비행을 하고는 오히려 사격 레이더 조준을 당했다며 방위성의 반대에도 영상 공개를 직접 지시했다.

아베가 일본 내 이민정책 등으로 급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한·일 갈등을 이용하고, 헌법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한 국가, 군사 대국화로 가려는 전략적 목표 아래 한국 때리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집요한 독도 영유권 주장 또한 심상치 않다. 히로유키의 말처럼 일본의 ‘면역성 없는 제국주의 병’이 도지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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