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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숙 예끼미술관장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러 왔느냐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돈도 명예도 다 싫다’.


‘사의 찬미’, 지난해 12월 4일 종영된 SBS TV 시네마.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극작가인 김우진의 비극적인 사랑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김우진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 드라마다.

시대가 변해도 사랑 이야기는 삶의 영원한 주제다. 사랑을 하는 순간 사랑하는 대상 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 마음에 위안을 삼아 삶의 활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겨울의 추위보다 일자리, 부동산 등 사회문제가 체감으로 더 민감하게 느껴진다. 사는 것이 힘들고 지칠 때 어디서든 위안을 받고 싶다. 그럴 때면 과거로 시간을 돌려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젊은 그때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영화 ‘박하사탕’에는 시간을 거슬러 다시 돌아가고 싶은 사랑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이 만든 타락의 때를 벗으며, 그녀 ‘순임’이 건넨 박하사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때 그 시절의 ‘영호’로 돌아간다. 1999년 봄. 마흔 살 ‘영호’는 직업도 없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중년, 94년 여름, 87년 봄, 84년 가을, 80년 5월, 그리고 마지막 79년 가을. 마침내, 영호는 스무 살 첫사랑 순임을 만난다.

386세대의 어려웠던 시절이 지금 세대가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나, 사랑의 촉촉한 감성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순수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사로운 욕심이나 불순한 생각이 없다.’이다. 드라마나 영화도 풍부한 감성의 창작물이며, ‘순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아스트 뤽’은 “글 쓰는 이가 펜을 가지고 글을 쓰듯이 영화작가는 카메라로 쓴다.”고 했다.

‘순수’에는 아름다운 ‘美’가 있다. 권갑칠 작가의 예천 ‘삼강주막’을 가는 길을 그린 그림을 보자.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박목월의 ‘나그네’의 시가 연상되는 그림이다. 하늘이 여백이 되고, 바람과 함께 길을 따라 떠도는 나그네의 심경이 그려진다. 자연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이미지. 이것이 ‘美’다. 주변을 둘러보고 삶의 감성을 풍부하게 해보자.

갤러리를 운영할 때 대학생들이 단체로 그림을 구경하러 왔다. 젊은 작가의 개인전을 할 때이다. 윗세대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어도 젊은이의 고백이 들어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러한데 당신도 그런가요.’, ‘내가 아픈데 당신도 아픈가요.’ 현재 그리고 미래 저 너머에 있는 젊은이의 고백은 그림을 통해 마음을 교환하고 소통하고 있다.

어느 학생이 “왜 그림을 관람하러 굳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와야 하나요?” 하고 질문을 했었다. 디지털 시대에 예술 활동도 인터넷과 각종 매체를 통해 편리하게 접할 수 있고, 볼 수 있는데 왜 그림 앞에 서야 할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멈추어야만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림 앞에 서보자. 작가, 그림과의 교감과 감상을 통해,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순수’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권갑칠 작가 의 예천 ‘삼강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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