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라, 붉은 루주를 발라요. 달콤한 부패를 노래해요. 가볍게 어차피 사는 건 장난 아닌가요. 오늘도 금기와 금기 사이로 외출을 하죠. 금빛

물고기 한 마리 혈관을 타고 헤엄쳐 와요. 퍼덕거리는 지느러미 사이로 나는 아득하게 나를 혼절시켜요. 반짝이는 반지를

훔쳐요 나비처럼 춤을 춰요. 나는 내가 슬퍼서 휘파람을 불어요. 미니스커트 아래로 깔깔거리며 바람이 지나가고 너무 기뻐서 울다가 너무 슬퍼서 웃다가

찰랑거리는 귀고리를 훔쳐요. 란제리 고르는 여자의 손목을 훔쳐요. 샤넬 No5는 어느새 내 손바닥 안에서 향기를 내뿜고 구름을

라, 라, 훔쳐요. 별을 훔쳐요. 어둠을 훔쳐요. 보름달이 뜨면 붉은 몽환을 발라요. 달콤한 상실을 노래해요. 나는 나의 외출이 황홀해 나를 지워버려요. 자꾸





<감상> 달빛도 환한 보름에 금기를 어기고 싶은 충동을 신나게 표현하고 있네요.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모습으로 말이죠. 남자로서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요. 한 달에 한번 뜨는 보름달처럼 여성 시인은 생리증후군을 앓고 있네요. 생리증후군을 앓는 여자들 중 여러 증상이 있는데, 그 중 자기도 모르게 도벽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자꾸 밖으로 나가 뭘 훔치는 여자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시인은 참 달콤하게 쓰고 있네요. 시를 읽는 저도 문득 어둠과 별, 여자의 손목을 훔쳐보고 싶어지네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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