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진(晋)나라 왕 혜공 이오는 인격이 비열했다. 하찮은 이익을 위해 말을 뒤집고, 얼굴을 바꾸고, 남을 짓밟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자신의 왕위 등극을 도와준 진(秦)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됐다. 혜공은 정나라에서 선물로 보낸 ‘소사’라는 말을 총애했다. 혜공은 소사가 끄는 수레를 타고 전장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대부 경정이 한사코 반대했다.

“옛날에 큰 싸움을 할 때는 반드시 자기 나라에서 생산된 말을 탔습니다. 본토에서 생산된 말이라야 타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며 주인의 가르침에 잘 따릅니다. 이것은 길도 익숙하게 알기 때문입니다. 오직 주인의 명령만 받아들이므로 주인이 뜻대로 하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 다른 곳에서 생산된 말을 타고 전투에 나가면 말이 두려운 상황을 만나 성질을 바꾸게 돼 주인의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게 됩니다. 숨결이 거칠어지며 맥박이 빨라져 흥분상태에 처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유가 없어서 불만을 터뜨리고 전진과 후퇴에도 맞지 않아 여러 상황에 대처가 불가능합니다. 주군께서 반드시 후회하실 것입니다.”

당시 전쟁은 진(晋)나라 경내에서 벌어져 그곳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자란 말이라야 그곳의 강산과 지형, 사물에 익숙해 절대 유리했다. 그런데도 혜공은 경정의 진언을 묵살하고 정나라에서 보내준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전쟁에 나갔다. 얼마를 못 가 소사가 끄는 혜공의 전차가 진흙 속에 빠졌다. 빠져 나오려고 아무리 용을 써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대부 경정이 진(秦)나라 목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혜공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바람에 목공을 놓치고 말았다. 대승을 눈앞에 두고 물거품이 됐다. 거꾸로 진(晋)나라 혜공이 진(秦)나라 목공에 사로잡혀 포로가 됐다. 지형지물에 익숙하지 못한 말을 한사코 타려고 한 혜공의 고집이 대세를 망치고 자신도 망가졌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고용참사에도 불구하고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며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고집했다. 말 한 필의 고집 때문에 대세를 그르친 진나라 혜공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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