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유출은 범죄행위…이태란 '민폐 캐릭터' 논란은 고통스러웠다"

▲ 조현탁 PD[JTBC 제공]
“인기요? 뻔한 답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와 ‘SKY 캐슬’ 이야기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회만을 남겨둔 ‘SKY 캐슬’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와 배우들의 명연기, 수준 높은 연출 등으로 화제를 모으며 매회 방송사(史)를 새로 써 내려간다. 18회 시청률이 22.3%(전국 유료가구)를 넘어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19회도 23.2%로 기록을 경신했다.

31일 오후 마포구 도화동에서 열린 ‘SKY 캐슬’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진두지휘한 조현탁 PD는 드라마 인기비결에 대해 “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부모 자녀 모두 고충을 갖고 있지만 밖으로 꺼내 나누기 힘들다”며 “그런 부분을 드라마가 건드려서 많이들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PD는 “자료조사하러 강남구 대치동에 가서 이상한 풍경들을 지켜보며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어린아이가 큰 가방을 메고 한손엔 신용카드를 들고 밤에 막 돌아다녀요. 그걸로 뭔가를 사 먹고 계속 다른 학원으로 이동해 다니는 아이들 모습이었죠. 자정이 넘었는데도 식당에 아이들이 우글우글하고요.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게 굴러가고 있었어요. 이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현실이었습니다.”

▲ 조현탁 PD[JTBC 제공]
그는 ‘SKY 캐슬’에 대해 ‘교육 문제를 놓고 부모와 자식 간 관계를 묻는 드라마’라고 정리하며 극 중 이명주(김정난)-박영재(송건희) 모자는 윤 여사(정애리)-강준상(정준호) 모자와 겹쳐진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은 자식이 잘 되게 하려고 강압적으로 공부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뭐가 남는지 드라마는 묻고 있어요. 이명주와 영재 사이 별일이 없었다면 그 둘은 나중에 윤 여사와 강준상의 관계가 되는 상황이죠.”

중년 배우들뿐만 아니라 아역들의 명연기도 ‘SKY 캐슬’의 커다란 인기 요인이었다. 조 PD는 “아역은 캐스팅 디렉터 없이 제작진이 오디션에 전부 참여해 의견서를 적어 내는 과정을 거치며 1명씩 정해갔다”고 밝혔다.

흡사 한 편 영화를 보는 것 같이 구성한 화면에 대해서는 “인물의 겉모습과 속내를 담으려고 애썼다”고 했다.

“애초부터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많아서 표정에 집중하려고 계획했어요. 예컨대 겉으론 상대방을 축하하지만 속으론 몹시 쓰린 상황이라면 두 가지 얼굴이 나오는데, 그 둘을 동시에 담으려고 작전을 많이 짰죠. 이중 거울이나 상이 2개로 나뉘는 장면도 그렇고, 뒷모습이나 손동작 같은 데 집중했어요.”

‘SKY 캐슬’은 인기만큼이나 대본 유출 등 큰 논란도 뒤따랐다. 조 PD는 “당시 굉장히 분노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편집실에 있다가 뒤늦게 정보를 접했는데 이루 표현할 수 없이 당황스러웠어요. 17회 편집을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보일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해당 대본이 이미 유출됐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선 새로운 마케팅 효과 있다고 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요.”

극 중 선한 역할로 나오는 이수임(이태란) 캐릭터가 ‘민폐’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조 PD는 “그 논란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입을 열었다.

“이태란 씨가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배우 본인은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을 하니까 정말 도리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나중에 ‘혐오수임’에서 ‘빛수임’으로 변했는데, 배우가 최선을 다하면 시청자들 마음도 돌아온다는 좋은 경험도 하게 됐죠.”

조 PD는 명장면으로 한서진(염정아)이 김주영(김서형)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을 꼽았다.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이게 자식 대학 보내는 얘기에서 그치지 않고 뭔가를 던질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한서진의 악당 같은 면모를 배우가 엄마 입장에서 진심을 담아 연기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습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