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연설서 27~28일 회동 발표…장소는 '다냥' 유력
비핵화-상응조치 실질적 성과 담은 '빅딜' 성사 주목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의 최대 분수령이 될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베트남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담은 ‘빅딜’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이번 2차 회담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에 이어 260일 만의 대좌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열린 새해 국정연설에서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의 인질들은 집에 왔고 핵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며 “만약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과의 관계는 좋다”며 “김 위원장과 나는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정상회담 개최지로 선정된 베트남은 1차 때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북미 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립적인 위치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최우선 후보지로 꼽혀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베트남이 베트남 전쟁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미국의 1차 경제 제재 해제와 국교 정상화, 2001년 무역협정 비준서 교환 등 순으로 양국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며 국제사회 일원으로 편입했다는 상징성에 의미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역시 베트남이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아세안 국가 중에서 가장 정치교류 수준이 높은 데다, 김 위원장이 ‘롤 모델’로 관심을 갖는 베트남의 개혁·개방(도이머이) 정책과 경제발전 성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이 베트남 내 어느 도시에서 개최되는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경호와 보안에 용이한 휴양도시인 다낭과 베트남 수도이자 북한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가 거론되고 있으나 다낭 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차 정상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과연 ‘통 큰’ 양보와 결단으로 1차 정상회담 이후 장기 교착 국면에 빠진 비핵화 정국에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정상회담에서는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포함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4개 항의 공동성명이 발표됐지만,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포괄적 합의에 그친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달리 실질적이고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감이 합의성사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발표와 더불어 북미는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 가동을 본격화했다. 미국 측 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비행기 편으로 평양을 방문했으며,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대사와 회담에 착수했다.

지난달 18일 워싱턴DC에서 상견례를 한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영변 등에 있는 핵시설 폐기에 따라 미국이 내놓을 조치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차 정상회담 후 ‘선(先) 비핵화’를 압박하면서도 상응 조치에는 입을 다물었던 미국이 이번 실무협상에 앞서서는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동시적·병행적’ 이행 방침으로 선회하는 등 상당한 태도 변화를 보여 주목된다. 비핵화 단계별로 부분적인 제재 완화를 포함해 외교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 등의 상응 조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 미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비핵화 완료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우리는 북한이 모든 것을 다 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며 “양측에 신뢰를 가져다줄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이전의 어떤 대통령보다 한반도의 70년에 걸친 전쟁과 적대를 끝내는 데 깊이 전념하고 있는 대통령을 가지고 있다”며 2차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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