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결혼 시기 늦춰지는 현상 반영

미혼남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연령은 남자·여자 모두 30대 초반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결혼 시기가 늦춰지는 만혼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보고서(이상림 연구위원)에 따르면‘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혼 인구의 결혼 태도를 파악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

연구팀은 미혼남성 1140명과 미혼여성 1324명을 대상으로 결혼 필요성, 결혼 의향 등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미혼남성의 이상적인 결혼 나이’에 대한 질문에 미혼남성의 절반이 넘는 58.7%가 30대 초반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30∼31세 29.4%, 32∼34세 29.3%였고, 35세 이상을 고른 경우도 28.7%에 달했다. 28∼29세는 8.7%, 27세 이하는 3.9%였다.

미혼여성이 미혼남성의 이상적인 결혼 나이로 30대 초반을 선택한 경우는 57.1%였다. 세부적으로 30∼31세 22.2%, 32∼34세 34.9%, 35세 이상 36.1%였다. 하지만 28∼29세는 5.3%, 27세 이하는 1.4%에 그쳤다.

미혼여성이 생각하는 미혼남성의 이상적인 결혼연령이 미혼남성 자신보다 좀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미혼여성의 이상적인 결혼 나이’와 관련해 미혼남성은 미혼여성의 이상적인 결혼연령으로 30∼31세(40.8%)를 첫손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28∼29세(21.4%), 27세 이하(16.1%), 32∼34세(13.4%), 35세 이상(8.3%) 등의 순이었다.

미혼여성 자신이 인식하는 미혼여성의 이상적인 결혼연령도 30∼31세가 36.6%로 가장 높았지만, 32∼34세도 26.2%나 되고, 35세 이상을 선택한 경우도 17.4%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28∼29세 14.5%, 27세 이하 5.4% 등에 그쳤다.

미혼여성이 미혼남성보다 더 높은 연령을 자신의 이상적인 결혼연령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결혼연령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늦춰지면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추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6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혼인 연령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6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8세, 여자 30.1세로 1년 전보다 각각 0.2세, 0.1세 상승했다.

남녀 차이는 2.7세로, 10년 전 3.2세보다 나이 차이가 줄었다.

2016년 혼인은 28만1600건으로 1년 전보다 7.0%(2만1200건) 감소했다.

1974년 25만9100건 이후 가장 적다. 1970년대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유지되던 30만건대도 무너졌다.

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수인 조혼인율은 5.5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해당 연령 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연령별 혼인율을 보면 결혼 시기도 꾸준히 늦어지는 추세다.

2016년 남성 혼인율은 30대 초반(59.3건), 20대 후반(36.8건), 30대 후반(24.3건) 순이었다.

20대 후반의 혼인율은 사상 처음으로 40건대 아래로 떨어졌다. 20년 전 99.2건, 10년 전 56.7건에서 수직 낙하했다.

특히 여성 혼인율은 20년째 20대 후반에서 가장 높지만, 수치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2016년 이 연령대 혼인율은 66.5건이었다. 10년 전 81.8건, 20년 전 84.5건에 견줘 차이가 크다.

그러나 30대 초반의 혼인율은 2016년 50.1건으로, 10년 전 29.7건보다 크게 늘어 남성과 함께 여성의 결혼도 점차 30대로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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