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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동학 혜명학술원 원장
간송이 태어난 1906년 7월 29일은 필자가 이전에는 음력으로 보았으나 양력이 유력해 보인다.

▲ 간송 전형필 사주도표

옛날이나 현재나 부(富)와 귀(貴)를 누리고자 하는 것이 세속인의 인지상정이다. 이러한 부귀영화는 극소수만이 누리는 하늘이 내린 복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간송은 엄청난 부를 상속으로 누린 인물이 되었다. 간송은 친부와 양부 모두에게 물러 받은 재산이 논만 800만 평(2천6백4십만㎡·4만 마지기)으로 논의 가격은 그 당시 한 마지기가 50원이니 200만 원의 재산이 된다. 기와집 한 채가 1000원하던 시절이니, 기와집 2000채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재의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을 5억 원으로 보았을 때는 무려 1조 원의 재산가치가 나온다. 실로 하늘이 그에게 내린 재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간송의 팔자에 이런 기운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송대(960~1279)부터 발전한 자평명리학은 태어난 달과 생일을 중심으로 나머지 글자를 보는 학문이다. 인간의 타고난 천기를 가지고 삶의 궤적을 추적하여 과거 현재와 미래의 흥망성쇠를 추단하는 인문명리학(人文命理學)은 생일의 오행을 기준으로 상생의 이론으로 오행을 적는다,

일단 각자 타고난 혈액형이 있듯이 생일의 천간인 갑목(甲木), 을목(乙木)=목, 병화(丙火), 정화(丁火)=화, 무토(戊土), 기토(己土)=토, 경금(庚金), 신금(辛金)=금, 임수(壬水), 계수(癸水)=수로 분류하여 각자 타고난 일간오행을 기준으로 사주팔자의 오행을 적어 나간다. 간송의 경우는 한여름에 해당하는 음력 6월 ②미(未·양)토월에 우뚝 선 거목에 해당하는 ①갑(甲)목으로 태어났다. 생일의 천간(天干)인 ①갑(甲)목부터 목-화-토-금-수의 배열로 먼저 적는다.

간송의 사주는 생일의 갑목과 같은 오행이나 음양이 다른 ⑦을(乙)목이 부모 형제궁인 월간에 자리 잡고 있다. 일간인 ①갑(甲)목과 음양은 다르나 오행이 같은 ⑦을(乙)목은 재물을 희생하고 인류나 동포를 구원하고자 하는 마음인 겁재(劫財)라고 칭한다. 겁재는 사람으로는 형제자매나 친구 및 동료를 뜻한다. 겁재는 세속적인 인간들이 추구하는 부귀영화로 보았을 때는 소중한 아내나 재물 및 부친과 인연이 박하다는 함의가 숨어 있으나, 재물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인류나 동포 및 민족이나 사회를 구하는 인물에게도 많은 양면성이 있는 명리학상의 용어이다.

이런 천기가 간송이 민족문화 보존을 위하여 전 재산을 민족에 바친 기상이며, 이런 마음을 유도한 고희동과 오세창이라는 위대한 스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외에도 겁재의 함의는 다양하다. 사주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 명리학이라 같은 겁재라도 해석의 차이는 다르다.

그의 천기에서 재물을 나타내는 것은 대세를 장악한 ②미(未)토 정재와 ③술(戌)토 편재이다. 이 사주는 잡기식신격에 재성이 강한 식신생재격의 전형적인 부자의 조건을 갖추었다. 그가 서화나 골동품의 감식안이 좋은 점은 일간 다음오행인 ⑥병(丙·태양)화, 식신과 ⑤오(午·말)화의 상관의 총명성이다. 그의 이런 타고난 성향이 가미되어 국보와 보물급의 수십 점의 문화재를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한 그의 위대함이다. 또 한편 그의 민족문화 수호의 이런 천기의 근거는 지지가 오미신유술(午未申酉戌)로 년부터 시까지 연결된 조상부터 후손까지 연결하는 원원유장(源遠流長)의 기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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