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기간 수집…자연·인문환경 등 8편 본문 구성

불국지역 향토사
경주 불국지역 역사문화편찬위원회(위원장 최창식)가 지역의 숙원사업인 ‘불국지역 향토사’를 펴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신라 천년 문화의 상징인 불국사와 석굴암은 수많은 가객과 민초들이 찾아와 시와 노래, 명문(名文)을 남겼고, 한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 원수들과 해외사절단에게 도약하는 공업도시 울산, 포항과 함께 유구하고 찬란했던 문화의 상징으로 반드시 방문하게 했던 대한민국 의전의 대표문화재이기도 했다.

향토사는 어느 고장보다도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겪었던 불국지역에서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의 숱한 기록과 삶의 터전이었던 주민들의 애환 등을 망라한 것으로, 2015년 9월 결성된 불국지역 역사문화 편찬위원회에서 4년여 기간에 수집한 자료이다. 출판·제작에는 총 제작비 7000만원(도비 1000만원, 시비 2000만원, 자부담 4000만원)이 소요됐으며, 특히 자부담 4000만원은 불국사와 자생단체들과 뜻있는 지역주민, 출향인 등의 소중한 기부금이 답지해 이뤄진 것이다.

향토사는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의 걸작 ‘불국설경’을 표지화로 제공받아 750쪽의 와이드한 사이즈(22×27cm)에 양장본 하드케이스로 2,500부를 제작했다. 화보와 자연·인문환경, 우리 동네 마을의 지명과 구성, 변화하는 불국동, 불국사와 사람들, 문화재와 유물 유적을 비롯해서 교육·복지·종교, 공공기관 및 각종 단체, 출신인물 등 총 8편의 본문과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우리 고장의 옛 모습과 복원되기 이전의 황폐했던 불국사와 석굴암의 사진들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지역에서 열렸던 국어보급강습회 등,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각종 희귀 사진들과 지역의 현재 모습을 일일이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화보를 비롯한 전반에 올 컬러로 수록해서 여느 향토사와 차별화했으며, 볼거리는 물론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향토 역사에 대한 인식부족과 소홀로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을 뿐 아니라, 역사의 생생한 증인인 어르신들마저도 대부분 세상을 떠나 향토사 집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을 교훈삼아 원로어르신들의 증언과 소장하고 있는 사진, 서책 등 기록물과 신문기사, 지역과 관련된 40여 권에 이르는 참고문헌 등을 바탕으로 엮었다.

특히 제3편 ‘변화하는 불국동’은 그것들을 기억할 어르신들의 존재와 한 장의 사진이 가장 절실했다. 향토사 편찬위원회는 사진이나 기록 한 줄이라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알아보았고, 허탈감으로 하여 이러한 향토사가 존재해 기록 한 줄이라도 후세에 전해져야 할 명백한 이유를 절감했던 장이기도 하다.

경주지역의 어떠한 자료에도 언급되지 않았던 조선후기의 교육기관인 소정심상학교(蘇亭尋常學校)와 근대의 교육기관으로 꼽을 수 있는 양잠학교(養蠶學校)는 어렵게 몇 줄의 자료를 찾아 관련 사진자료들과 함께 수록한 중요한 자료로, 명실상부한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록에 번역 수록된 ‘내동십경(內東十經)’(또는 소정십경(蘇亭十經), 내동지역의 빼어난 열군데 경치)은 뒤표지의 ‘답설등불국(踏雪登佛國)’ 시와 함께 경주소정이씨(慶州蘇亭李氏) 역하 이규일 선생(1840~1905)의 문집 ‘역하유고’에 수록된 한시로, 불국지역의 경치가 빼어난 10곳이 향토사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최창식 위원장은 발간사에서 “세월 속에 곰삭아서 보물처럼 소중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드러날 때마다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 있는 듯 했고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마음저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더 시간이 지나 이마저도 멸실되기 전에 정리하고 기록해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인식하고 이해해 고향사랑을 실천하는 장으로 승화되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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