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장도 기록하지 말 것
어떤 일에도 상관하지 말 것
어떤 손길도 기대하지 말 것
걷지 말 것
그냥
휘어질 것
<감상> 고요에 닿으려면 아무 것도 하지 말 것. 그냥 자신의 몸을 맡길 것. 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버들가지처럼 휘어질 것. 물소리에 버들강아지처럼 하얀 솜털을 내밀 것. 물결에 흔들리는 지느러미처럼 그냥 흘러갈 것. 육지에 온 가재미처럼 지느러미가 끼리끼리 붙어있을 것. 수백 마리의 가재미가 낱개가 아닌 한 장이 되어 좌판에 앉아있을 것. 그 한 장이 온전히 하나의 바다가 되어야 고요에 닿을 수 있는 법. <시인 손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