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청 펀드 손실보전 사건 첫 공판…자본시장법 55조 위반 아니라고 주장

대구은행 본점 전경.
DGB 금융그룹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전직 수장 3명이 나란히 법정에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수성구청이 투자한 채권형 펀드 손실금을 보전해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받고서다.

13일 오전 11시 10분 대구지법 제10형사단독 박효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는 박인규(65·구속) 전 대구은행장을 비롯해 하춘수(66)·이화언(75) 전 은행장, 대구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인 이찬희(63) 전 부행장, 김대유(59) 전 부행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참석, 검찰의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처벌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 제55조(손실보전 등의 금지)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자자가 입거나 입을 손실의 보전 또는 이익을 보전하는 경우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전 은행장 등 5명의 변호인은 일제히 이렇게 주장했다.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대구은행에 손실보전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손실액 상당의 정기예금이 존재하는 것처럼 구청 결산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고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당시 수성구청 세무과장 이모(56·5급)씨 변호인은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행정관청의 업무로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구은행은 2008년 8월 수성구청이 여유 자금 30억 원을 투자한 채권형 펀드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10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전·현직 은행장 등 임원 14명이 12억2400여만 원을 모아 이자를 포함한 손실을 보전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박인규 전 은행장은 사위 명의로 대출한 2억 원을 냈고, 하춘수·이화언 전 은행장이 2억씩 갹출했다. 이찬희 전 부행장은 6000만 원, 김대유 전 부행장은 5500만 원을 보탰다. 그러나 대구은행은 수성구청과 같이 손실 피해를 본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손실금을 보전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전직 은행장 등 5명은 2014년 6월 수성구청 펀드 손실보전을 위한 임원회의를 열어 적극적으로 손실보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으며, 단순하게 보전금을 분담한 임원 8명과 대구은행 직원 2명, 당시 수성구청 세무과 직원 5명은 참작할 사유가 있어서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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