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대통령 시절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은 궁정동 안가에서 대통령과 마주앉았다. 노 대통령은 김 총장에게 국무총리직을 제안했다. “나는 교육자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외치다 투옥된 제자가 감옥에 있는데 스승이 어떻게 그 정부의 총리가 되느냐. 지식인들이 벼슬이라면 굽실굽실하는 풍토를 고쳐야 한다. 족보에 남기 위해 덮어놓고 벼슬자리에 앉는 풍조는 시정돼야 한다. 좀 건방진 말이긴 하나 나 하나만이라도 그렇지 않다는 증명을 보여줘야겠다.” 김준엽 총장은 일언지하에 총리직을 거절했다. 정치권 기웃거리는 ‘폴리페서(정치교수)’들이 득실거리던 시대 김준엽의 ‘지성의 절개’는 독보적이었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장구치고 북 치면서 선거판을 휘젓는 정치 교수들 중에 선두주자는 단연 조국 교수였다. 한 때 ‘콩국수’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콩국수’는 공지영, 조국, 이외수 정치 발언 트리오를 일컫는 별칭이었다. ‘나꼼수’ 중의 한사람인 김용민씨는 자신이 쓴 ‘조국 현상을 말한다’에서 조국 교수를 2017 대선 후보로 추대했다. 2012년 총선서 조국 교수가 김용민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지만 김 후보는 낭패를 보았다. 부산 출신인 조국 교수는 부산민주당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지원유세도 했다.

부산지역 민주당 총선 후보를 지원하는 ‘달려라 부산’ 멘토단에도 참여했는가 하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전국 단위 멘토단에도 참여, 심상정 통합진보당 대표의 선거 지원단에도 끼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치인들 보다 더 바쁜 사방팔방식 정치활동을 하는 조국 교수에 대해 “학기 중인데 수업은 언제 하느냐.”는 핀잔이 쏟아졌었다.

총선에 출마했던 한 여교수가 대학으로 복귀하려 하자 “대학에 폴리페서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던 조 교수에겐 자신의 정치 활동은 ‘내로남불’이었다. 교수의 직분보다 정치에 더 열을 쏟는 정치와의 열애를 두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비판을 많이 샀다.

야당으로부터 ‘영혼탈곡기’, ‘사찰수석’ 등의 지탄을 받고 있는 조국 청와대민정수석이 비서신분의 도를 넘는 전방위식 정치 발언이 과유불급으로 비치고 있다. 쇼설미디어에 ‘노 서랜더(굴복은 없다)’ 노래를 링크한 호기도 과유불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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