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밸' 찾는 젊은 근로자 늘어…여가활동 수요 감소 전망

“일찍 퇴근하면 뭐합니까. 그만큼 월급이 깎여서 밖에 나가 쓸 돈이 없는데”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저녁이’ 있는 대신 ‘저녁만’ 있는 삶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근로자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로시간 상한제가 되려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승진한 유통업에 종사하는 A(32)씨는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에 들기 전보다 오히려 월급이 줄었다.

직업 특성상 야간 또는 연장 근무를 통해 받는 수당이 월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나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수입 자체가 줄어든 것.

A씨는 줄어든 소득을 메꾸기 위해 대리기사 또는 일용직 근로 등의 부업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그는 “월급이 지난해보다 3분의 1가량 줄어 돈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면서 “일단 돈이 있어야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활용해 자기개발을 할 텐데 현재로써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무시간이 줄어 시간은 남고 소득은 줄어 오히려 삶의 질이 낮아졌다며 ‘돈이 있어야 삶도 있다’는 뜻의 ‘머라밸(Money-life Balance)을 찾는 근로자들이 늘어남에 따른 여가생활 문화 축소가 우려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유망 여가생활 서비스 분석’ 결과를 통해 여가서비스 소비 확대 효과는 올해가 가장 크고 그 이후부터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4월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까지 52시간 근무 상한제가 확대되며 전체 임금근로자의 14%인 277만명이 52시간제 효과에 노출돼 여가활동 수요 감소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들 중 ‘워라밸’을 선도하는 젊은 근로자들인 30대와 40대의 비율은 각각 35%와 26.5%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또, 2020년에는 50인~299인 사업장(임금근로자 35% 이상), 2021년 7월에는 5인 이상 사업장(임금근로자 73% 이상)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이와 더불어 사업장 규모가 작아질수록 월 임금총액 자체가 적어지는 데다 초과급여의 감소 효과까지 겹쳐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의 여가지출 여력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월 임금총액에서 초과급여 비중은 30인~299인 사업장이 8.6%로 가장 컸으며 300인 이상 사업장은 6.4%, 5~29인 사업장 3.9%, 5인 미만은 0.8%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점차 가정 내에서 저렴하고 간단하게 소비할 수 있는 여가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앞으로 소비 트렌드의 핵심은 ‘홈’과 ‘온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친숙도가 높은데다, 연장근무 축소에 따른 초과급여 감소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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