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빌딩 외벽,
한 사내가 줄을 타며
유리를 닦는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것 같다

빌딩 속 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촉수 같은 밧줄을 내려
사내의 정수리에 내리꽂을 뿐이다

사내는 대롱대롱 허공에 달린 채
사내는 죽을 때까지
피를 빨릴 것이다




<감상> 시인은 외줄에 의지한 채 유리 닦는 노동자의 위태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빌딩 청소부는 거미줄에 걸린 파리와 같은 존재다. 사내의 정수리에 밧줄을 내리꽂는 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사내의 피를 빨아 먹는 거미는 거대 자본을 가진 자일 것이다. 거미줄에 자신의 몸뚱이가 감기는 줄도 모른 채, 사내는 밥벌이를 위해 일을 계속 할 것이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죽을 때까지 사내는 피를 빨릴 것이다. 결국 가진 자의 배를 불리다가 죽어가는 빌딩 청소부의 모습은 모든 노동자의 슬픈 자화상이 아닌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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