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림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천장관절통이라는 병명은 다소 생소하다. 디스크 질환과 같이 흔히 알려진 병은 아니지만, 보고에 따라서는 하부 요통 중 15~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보인다.

천장관절은 천골과 장골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관절로, 천골은 흔히 엉치뼈라 불리며 위쪽 척추를 받치는 역할을 한다. 장골은 엉덩이 밑에 있는 큰 뼈로, 골반을 구성하고 척추와 다리를 연결한다.

쉽게 말해 천장관절은 우리 몸의 체중을 양다리로 분산 전달하면서 골반을 안정시키는 관절로, 주변으로 강한 인대와 근육이 많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적은 대신 안정성이 크다.

천장관절통은 천장관절이나 주변 인대에 손상, 긴장, 염증 등의 병적 변화가 와서 발생하는 통증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천장관절이 위치한 한쪽 부위에 통증을 겪게 된다. 환자들은 보통 ‘꼬리뼈 근처 왼쪽이 아파요, 오른쪽이 아파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쑤시듯이 아프고 특정 자세에서 찌릿한 통증이 오는데, 바깥쪽 엉덩이나 허벅지 뒤쪽, 때로는 사타구니 쪽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주로 양반다리를 할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앉았다 일어설 때, 걸을 때, 돌아누울 때와 같이 골반에 부하를 주는 행위들에서 통증을 느낀다.

천장관절통의 발생에는 뚜렷한 유발 사건이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로 외상에 의해 직접 충격이 가해진 경우다. 교통사고, 추락사고, 스포츠 손상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일상에서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 경우다.

둘째는 일상생활에서의 잘못된 자세 때문인데, 다리를 꼬고 앉거나 한쪽 다리에만 힘을 주고 오래 서 있는 등 골반에 부담을 주는 자세를 장시간 취하게 되면 천장 관절과 주변 인대에 긴장이 누적돼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셋째는 여성들의 출산과 관련한 통증이다. 임신 중에는 체중이 증가하고 요추가 앞으로 굽어서 관절에 부담을 주는 데다가, 출산을 위해 인대를 이완시키는 호르몬이 나와서 관절들이 느슨한 상태이기 때문에 분만 전후로 손상을 입기 쉽다.

분만 말기에서 출산 후 몇 주 사이에 잘 생기는데, 보통은 자연 회복되지만 만성 통증으로 발전해서 40~50대까지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천장관절통은 CT나 MRI와 같은 검사에서는 대부분 정상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진단을 내리기 힘들지만, 염증성 관절 질환이나 디스크, 고관절 질환 같은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서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천장관절통의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이나 증상을 잘 살핀 뒤에 이학적 검사를 진행한다.

관절 부위를 촉진해서 평소와 비슷한 통증이 있는지 확인하고, 관절에 부하를 주는 유발검사를 실시한다.

천장관절이 요추와 고관절에 가까이 연결되어 있어 해당 부위에만 부하를 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질환과의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재 가장 의미 있는 진단 방법은 국소마취제를 천장관절과 주변 인대 부위에 주사해서 통증의 호전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다.

천장관절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균형 잡힌 골반 자세를 잡고, 근육 강화를 위한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거나 서 있는 것을 피하고, 자세를 바꾸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먹는 소염제나 물리치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초기 대증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관절 주사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천장관절을 영상 장치로 확인하면서 국소 마취제와 소염제를 관절 내부 및 바깥 인대 주위에 주사하게 되는데, 다른 통증 치료에 비해 난이도가 있지만 정확하게 시행할 경우 효과가 매우 좋은 편이다.

천장관절통이 양쪽으로 같이 오거나, 통증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자가 면역과 관련된 염증성 척추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강직성 척추염이 있는데, 방치하게 되면 척추와 천장관절이 대나무처럼 굳어져 가고, 눈에 포도막염이 생기는 등 전신의 다른 면역계 이상들이 동반되기도 하는 위협적인 질환이다. 20~30대의 젊은 남성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질환 초기에 천장관절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빠르게 검사받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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