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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경부장
‘우리도 소송하면 보상받을 수 있나?’

지난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인해 지진이 촉발됐다는 결론이 나온 뒤 시민들의 관심이 보상 여부에 쏠리면서 자칫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포항은 건물 붕괴 등으로 인한 피해도 막대했지만 경주지진에 이어 또다시 두 차례의 잇따른 강진이 발생하면서 ‘지진도시’라는 오명 속에 시민들이 떠나고, 포항을 찾는 관광객마저 급감하면서 발생한 경제적 손실도 가늠하기 힘들 만큼 컸다.

여기에 지진 발생 이후 가뜩이나 불안한 마음에 수많은 학자와 언론들이 ‘또 다른 더 큰 강진이 올 수 있다’는 설(說 )들을 내보내면서 52만 포항시민은 한마디로 잠자기가 힘들 만큼 지진 트라우마 속에 살아왔다.

피해를 입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그러하니 직접 집이 붕괴되거나 부서진 지진 이재민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다행히 이번 정부조사연구단이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으로 인해 지진이 촉발됐다는 결론은 자연지진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큰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피해 보상의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피해보상이나 손해배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소송을 제기하면 얼마를 받을 수 있다더라’‘어떻게 하면 보상받을 수 있나’등등 시간이 갈수록 과대 포장돼 혼란을 자초하는 것은 물론 자칫 시민들 간 갈등과 분열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포항시가 지난 23일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 지진 발생 이후 조직을 구성해 소송을 진행해 오던 모 단체가 대책위에서 빠지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조직들의 다양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치유하기 힘든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52만 시민 모두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고서 또다시 갈등과 분열의 아픔을 겪는다면 그것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각종 소송 등으로 인해 도시가 사분오열되는 것을 막고,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다행히 정치계가 포항지진 발생 원인 규명 및 책임소재 파악·피해주민에 대한 보상방안 등을 담은 포항지진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포항시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조직 결성과 동시에 구성원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먼저 대책위가 52만 시민을 대표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또 건물붕괴 등의 물적 피해와 관광객 감소 등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 등 피해규모가 확인 가능한 경우 법적 대응이 쉽겠지만 지진 트라우마 등 정신적 피해의 경우 그 피해규모 입증이 쉽지 않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대책위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기자의 생각으로 직접적 피해 또는 경제적 피해 등 피해입증이 가능한 부분은 법적 절차를 밟는 한편 정신적 피해 등 비물질적 부분의 경우 52만 포항시민이 모두 피해자이므로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갈 수 있는 소송비용을 들이는 것보다는 특별법 등을 통해 일괄적으로 지원받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물론 지원규모나 대상, 지원방법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 용역을 통한 적절한 기준을 만든 뒤 시민여론을 들어야 할 것이다.

이는 그동안 피해를 입고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온 기업과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지진 발생 원인은 밝혀졌지만 그 치유는 이제 시작이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통해 합리적이면서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종욱 정경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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